[단독] SRT 객실승무원도 코레일이 공급 “한 로펌이 소송 양쪽 변론 맡는 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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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SRT의 객실서비스를 코레일의 자회사가 맡게 된다. [중앙포토]

앞으로 SRT의 객실서비스를 코레일의 자회사가 맡게 된다. [중앙포토]

 이르면 6월부터 수서고속철도(SRT)의 객실승무원을 경쟁사인 코레일의 자회사(코레일관광개발)가 공급하게 된다. 현재 SRT 객실승무원은 민간업체가, KTX는 코레일관광개발이 담당하고 있다.

SR, 그동안 객실승무원 민간 위탁 #앞으로 코레일관광개발에 맡기기로 #코레일 자회사로 KTX 승무원도 담당 #"한 로펌이 소송 양측 다 변론 맡는 셈" #서비스 경쟁 포기에 비용도 더 부담 #승무원 파업 땐 SRT도 운영 차질 우려 #전문가 "여러모로 문제점 작지 않은 #정책. 왜 추진하는지 납득 안돼" 비판

 하지만 코레일관광개발이 SRT 객실 서비스까지 맡게 되면 한 회사가 경쟁 관계인 두 열차 운영사의 객실 서비스를 동시에 떠맡는, 기형적인 형태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비용과 파업 등 다른 위험 부담도 더 늘어날 거란 지적이다.

 26일 국토교통부와 (주)SR에 따르면 SR은 지난해 말 노·사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전 협의회'에서 민간업체에서 담당 중인 객실승무원을 모두 코레일관광개발의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합의했다. 해당 승무원은 120여명이다. SR은 수서고속철도 운영사로 공기업이다.

 이는 정부의 '공공 부분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른 조치라는 게 SR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SR은 민간업체와의 계약이 끝나는 5월 말 이후 객실 서비스를 코레일관광개발에 맡길 예정이다.

 SR 관계자는 "직고용과 자체 자회사 설립 등 여러 대안을 검토했지만 노·사·전 협의회에서 코레일관광개발에 맡기는 게 최적의 방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국토교통부도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현재 SRT 승무원 중 객실승무원은 민간업체 소속이다. [뉴시스]

현재 SRT 승무원 중 객실승무원은 민간업체 소속이다. [뉴시스]

 하지만 경쟁 관계인 코레일과 SR의 객실 서비스를 한 회사, 그것도 코레일의 자회사에 맡기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마치 한 로펌이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양측의 변론을 모두 맡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객실 서비스도 경쟁의 주요한 분야 중 하나인데 SR과 국토부가 사실상 이를 포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KTX 승무원은 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다. [홈페이지 캡처]

KTX 승무원은 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다. [홈페이지 캡처]

 유정훈 아주대 교수도 "정부 차원에서 철도 경쟁체제에 대한 어떤 결정도 나지 않았는데객실 서비스를 하나로 합치는 건 부적절하다"며 "승객들은 운영사별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잃게 되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비용도 부담이다. 철도업계에서는 SR이 민간업체 대신 코레일관광개발에 객실 서비스를 맡길 경우 현재 지불하는 금액보다 20~30% 이상 더 부담해야 할것으로 예상한다. SRT 객실 승무원의 임금 등을 코레일관광개발 수준에 근접하게 올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철도노조와 코레일관광개발 승무원들은 승무 업무를 코레일이 직접 담당하길 요구하고 있다. 객실승무원을 코레일이 직고용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코레일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갈등이 적지 않다.

 자칫 이 갈등이 불거져 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할 경우 KTX는 물론 SRT 운영에도 작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지금처럼 민간업체에 계속 맡기거나, 자체 자회사를 설립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리스크(Risk,위험)인 셈이다.

KTX 승무원들은 코레일의 직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KTX 승무원들은 코레일의 직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선하 공주대 교수는 "현재 시스템에 비해 비용 부담과 리스크 측면에서 유리할 게 없는 방안을 왜 추진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국토부가 이 같은 방안을 SR에 요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SR과 코레일관광개발 모두 처음에는 해당 방안을 부담스러워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지홍 국토부 철도운영과장은 "국토부가 특정방안을 지시하거나 요구한 적은 전혀 없다"며 "SR이 자체 노·사·전 협의회를 통해 최적의 방안으로 도출해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러 면에서 납득하기 어렵고, 부작용이 더 커 보이는 방안을 국토부가 그대로 수용한 것 자체가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한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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