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에 오르는 ‘KT’…문재인 정부에 미운털 박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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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KT가 황창규 회장 취임(2014년 1월) 이후 정치권 인사 등 14명에게 417~1370 만원의 월급을 주고 여러 로비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고액 고문료 의혹에 KT "정상적인 계약" #정의당 “황교안, 박근혜 옆 방으로 가야” #한국당 “환경부 블랙리스트 윗선 누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 [중앙포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 [중앙포토]

이날 이 의원이 공개한 ‘KT 경영고문’ 명단에 따르면 KT는 정치권 인사 6명, 퇴역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 등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업계 인사 2명을 자사 경영고문으로 위촉해 매달 자문료 명목의 보수를 지급했다.

특히 정치권 인사 6명중 3명은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 측근이었다. A씨는 홍 의원의 정책특보를, B씨는 2004년 홍 의원이 보궐선거 출마 당시 선대본부장을, C씨는 홍 의원의 비서관을 지냈다. A씨는 KT 명예고문으로 1년가량 일하면서 매월 각각 861만원을 받았고 BㆍC씨는 603만원을 월급으로 받았다. 이들이 2015년 전후 위촉됐을 당시 홍 의원은 이동통신사 소관 상임위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위원장이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있던 남모씨도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KT 경영고문으로 있으면서 월 620만원을 수령했다. 박성범 전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의원은 2015년 9월~2016년 8월 매달 517만원을 받았다.

자료: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또한 KT와 직접적 업무 관련성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안전처, 행정안전부의 고위 공무원 출신 다수도 경영고문에 위촉됐다. KT가 경영고문을 집중적으로 위촉한 시기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전후다. KT로선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 회장의 국감 출석 등의 현안이 줄지을 때였다. KT가 이들에게 지급한 자문료 총액은 약 20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KT 측은 “관련 부서 판단에 따라 경영상 도움을 받기 위해 정상적으로 고문 계약을 맺고 자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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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그동안 한국당 인사 자녀의 KT 채용 의혹을 제기해왔다. 대상으로는 황교안 대표와 김성태·정갑윤 의원의 자녀 등이 거론되고 있다.

KT는 현 정부 들어 계속 정치권의 구설에 오르는 중이다. 특히 민주당과 청와대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말엔 청와대 비리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수사관의 비위 의혹(골프 접대 등)과 관련해 KT를 압수수색했다. 최근엔 KT 전현직 임직원들의 ‘쪼개기 후원’ 의혹도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KT가 문재인 정부에 미운털에 박힌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2일 제4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열린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광장에서 유족들과 인사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2일 제4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열린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광장에서 유족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 이 의원의 KT 로비 폭로로 여야 격돌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이미 민주당은 김학의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곽상도 의원을 정조준한 상태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곽 의원을 겨냥해 “당시 경찰 수사의 힘을 빼기 위해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당시 민정수석은 이에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황 대표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만일 진실이 그렇다면 황교안 대표가 있어야 할 곳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옆 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화력을 집중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어느 국민도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김 전 장관의 단독 범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윗선 수사를 촉구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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