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이래도 저래도 유죄···1심 재판 도저히 납득못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9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돌아가는 차에 오르고 있다. 김상선 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9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돌아가는 차에 오르고 있다. 김상선 기자

법정 구속된 지 48일 만에 항소심 재판정에 선 김경수 경남지사가 직접 보석 신청 사유를 설명했다. 19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서다. 재판부는 재판 일정을 조율하고 변호인 측과 검찰 측으로부터 보석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김 지사에게 보석 신청 이유를 밝히도록 허용했다.

자필로 쓴 신청 사유서를 준비해온 김 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10분가량 이를 읽어내려갔다.

1심 판결ㆍ드루킹 길게 비판

김 지사는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유죄의 근거로 삼은 내용이 사실과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1심 재판 과정에서 드루킹 김동원을 비롯한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핵심 증인들이 말을 맞춘 과정이 드러났는데도 1심은 이런 정황과 증거를 애써 무시하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며 1심 재판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1심은 이래도 저래도 유죄”라고도 말했다. 김 지사는 “2016년 11월 9일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한 이후 김동원과 여러 차례 만났는데, 이때 그는 킹크랩이란 단어를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었다”며 “김씨 본인도 인정했는데 특검은 이것이 김씨가 피고인을 배려해서 그랬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김씨가 제게 킹크랩을 직접 이야기했다면 그 자체로 유죄 증거가 됐을 것”이라며 “반대로 지금처럼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김씨의 배려이기 때문에 유죄라고 하니,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고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1심에서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제1차적 잘못이다”며 “항소심에서는 1심이 오해한 진실을 최선을 다해 밝히겠다”고 항소심에 임하는 자세를 말했다.

김동원씨와 경공모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김 지사는 “경공모에 대해 잘 몰라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됐다”는 취지로 말하며 “시간이 되면 찾아가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난했다. 자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모셨고, 정권 창출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까이 모시며 두 분에게 애정 가진 분들의 이런저런 요청이 있으면 성심성의껏 응대하는 게 제가 감당할 의무이자 도리라 생각했는데, 김씨는 이런 선의를 자신의 조직 운영에 악용했다”다고 주장했다.

“도정 우려”에 재판부, “법정 보석 허가 사유는 아냐”

도정 공백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김 지사는 “경남은 연이은 지사직 공백으로 도정 권한대행 체제가 반복됐다”며 “KTX나 신공항 같은 주요 국책 사업의 경우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남 지역 현안인 대우조선 매각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재판장에게 “경남 도민들에 대한 의무와 도리를 다할 수 있도록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가 말을 마치자 법정을 찾은 많은 지지자가 훌쩍였다. 재판부는 김 지사의 말이 끝나고 잠시 논의를 한 뒤, 재판부의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보석 신청 이유 중 하나로 도정 수행 책임감을 들고 있지만, 그런 사정은 법이 정하는 보석 허가 사유는 아니다”며  "모든 피고인은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받는다. 피고인의 보석 신청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원칙에 따라 허가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발했다.

김 지사에 대한 보석 허가 여부는 다음 공판 기일인 4월 11일 이후 결정된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