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외곽 다지기? 유럽으로 가는 비건

중앙일보

입력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카네기재단 핵정책 국제회의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이광조 JTBC 카메라기자]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카네기재단 핵정책 국제회의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이광조 JTBC 카메라기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북한 간에 냉기류가 형성되면서 협상의 전면에 섰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외곽 다지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을 방문해 영국·프랑스·독일의 카운터파트와 북한 비핵화에 대해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비건 대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진전시키기 위한 조율된 노력을 논의하기 위해 이들 3개국 카운터파트들과 만난다고 미 국무부는 덧붙였다.
비건은 지난주 14일에는 뉴욕의 주유엔 미 대표부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 15개 안보리 이사국을 대상으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전까지 제재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영국 찾아 유럽내 카운터파트와 협의 #숨고르며 대북 제재 유지 설득할 듯

하노이 회담 이후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면에 나서 북한의 소극적 비핵화 의지를 비난하고 있는데다 "점진적 비핵화 협상은 없다. '빅딜'에 대한 북한의 답이 있어야만 협상한다"는 쪽으로 미 정부의 향후 대응이 굳어지면서 그동안 협상파로 분류됐던 비건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된 상황이다. 그동안 협상을 이끌었던 비건에 대해 "너무 북한에 끌려다녔던 게 아니냐"는 워싱턴 내부의 견제도 상당한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비건으로선 일단 '로키(low-key)'로 움직이며 유럽 국가 등에 "북한과의 외교는 넓게 열려있다. 다만 미국이 제시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제재를 풀 수 없다"는 미 정부의 입장을 설파하는 게 상책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일단 현재로선 영국 방문 중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