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국왕이 체코ㆍ프랑스어에 능숙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캄보디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공식환영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간) 캄보디아 왕궁에서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이 주최한 공식환영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시하모니 국왕과 30분간 환담을 나눴다.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오후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프놈펜 시민들이 사진과 조화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오후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프놈펜 시민들이 사진과 조화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번에 문 대통령을 국빈 초청한 주체가 시하모니 국왕이다. 캄보디아가 입헌군주국가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하모니 국왕이 국민통합을 상징하는 국가원수이며 실제 국정은 훈 센 총리가 관할한다.

 시하모니 국왕은 원래 왕위 서열 아홉번째였으나 2004년 10월 아버지인 시하누크 왕이 양위를 결정한 뒤 국왕선출위원회에서 새 국왕으로 선출됐다. 그는 대부분의 생애를 외국에서 보냈으며, 특히 정치보다는 문화, 예술에 조예가 깊다. 캄보디아를 34년간 집권하고 있는 훈 센 총리 입장에선 정치적 부담이 별로 없는 국왕인 셈이다.

 시하모니 국왕은 1953년 프놈펜에서 시하누크 전 국왕과 여섯번째 왕비인 노로돔 모니니아트 시아누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1962년 당시 9살이던 그를 체코슬로바키아(현재 체코)의 수도 프라하로 보내 그곳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이후 체코 음악예술아카데미에서 고전 음악과 고전 무용을 전공했다. 1975년 졸업 후엔 평양에서 영화 촬영을 배우기도 했다.

 1977년 캄보디아로 돌아왔지만 크메르 루주 정권에 의해 2년간 가택연금을 당하다 크메르 루주 정권이 붕괴한 이후 1981년 발레를 가르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갔다. 안무가, 영화감독 등으로 활동하던 그는 1993년 파리에 본부를 둔 유네스코의 캄보디아 대사로 임명돼 국왕 즉위 직전까지 활동했다. 그가 영어 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체코어에 능숙한 이유다.

 현재 모후와 함께 캄보디아 왕궁에 거주하고 이는 시하모니 국왕은 지금까지 미혼이다. 때문에 그가 캄보디아 왕가의 마지막 왕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캄보디아 법에 따르면 왕위는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총리, 상·하원 의장 및 부의장, 불교 종정 등 9명으로 구성된 국왕선출위원회가 왕족 중에서 선출하기 때문에 왕가가 어떻게든 존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하모니 국왕 주변에는 훈 센 총리의 측근 등이 왕실담당 장관 등으로 배치돼있어 국왕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공식환영식이 끝난 뒤 훈 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프놈펜=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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