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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김정은 수석대변인"···나경원 발언에 국회 아수라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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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오른쪽)가 단상으로 나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와 마주선 이는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오른쪽)가 단상으로 나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와 마주선 이는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파행으로 얼룩졌다. 나 원내대표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무슨 소리하는 거야”라고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10여명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파행은 약 20여분 이상 이어졌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단상으로 올라가 “멈춰달라”며 항의하자 한국당에서는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나섰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발언을 계속하라”고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그만하라”며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이후에도 혼란은 한 동안 계속됐다. “사과해”를 집단 연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나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왜 이러시냐. 연설을 끝까지 들어달라“고 말했지만 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사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나선 뒤에야 진정됐다. 문 의장은 “내 얘기를 들어달라. 청와대 스피커란 얘기 듣고도 참았다”며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얘기라도 듣고 그 속에서 옳은 얘기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볼 땐 상당한 논란될 발언을 했다”며 “그러나 그걸 듣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우리 정치가 또 성숙하게 할 수 있다”며 나 원내대표에게 발언을 계속하도록 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7회 임시회 본회의 나경원 자유한국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발언에 항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7회 임시회 본회의 나경원 자유한국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발언에 항의를 하고 있다. 뉴스1

나 원내대표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조선반도 비핵화가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플랜이냐”며 “우리는 2월28일 북한은 핵 폐기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미, 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가 우리 외교를 반미, 반일로 끌고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파행의 조짐은 연설 초반부터 보였다.  “한미간 엇박자가 진전되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민주당에서 “사대주의. 들을만한 가치가 있어야 듣지. 들어가” 등 고성이 나왔다. “사회주의 정책이 부활하고 있다”는 연설에는 “그만하자”는 반발이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도 집중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한강의 기적의 역사가 기적처럼 몰락하고 있다. 힘겹게 피와 땀과 눈물로 쌓아올린 이 나라가 무모하고 무책임한 좌파정권에 의해 쓰러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자리에 54조를 썼지만 결과는 19년 만에 최악의 실업”이라며 “일자리를 늘리고 싶으면 기업을 자유롭게 하고 국민의 지갑을 두텁게 해주고 싶다면 시장을 활성화시키라”고 말했다.

한영익·성지원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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