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파행으로 얼룩졌다. 나 원내대표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무슨 소리하는 거야”라고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10여명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파행은 약 20여분 이상 이어졌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단상으로 올라가 “멈춰달라”며 항의하자 한국당에서는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나섰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발언을 계속하라”고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그만하라”며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이후에도 혼란은 한 동안 계속됐다. “사과해”를 집단 연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나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왜 이러시냐. 연설을 끝까지 들어달라“고 말했지만 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사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나선 뒤에야 진정됐다. 문 의장은 “내 얘기를 들어달라. 청와대 스피커란 얘기 듣고도 참았다”며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얘기라도 듣고 그 속에서 옳은 얘기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볼 땐 상당한 논란될 발언을 했다”며 “그러나 그걸 듣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우리 정치가 또 성숙하게 할 수 있다”며 나 원내대표에게 발언을 계속하도록 했다.
나 원내대표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조선반도 비핵화가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플랜이냐”며 “우리는 2월28일 북한은 핵 폐기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미, 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가 우리 외교를 반미, 반일로 끌고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파행의 조짐은 연설 초반부터 보였다. “한미간 엇박자가 진전되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민주당에서 “사대주의. 들을만한 가치가 있어야 듣지. 들어가” 등 고성이 나왔다. “사회주의 정책이 부활하고 있다”는 연설에는 “그만하자”는 반발이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도 집중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한강의 기적의 역사가 기적처럼 몰락하고 있다. 힘겹게 피와 땀과 눈물로 쌓아올린 이 나라가 무모하고 무책임한 좌파정권에 의해 쓰러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자리에 54조를 썼지만 결과는 19년 만에 최악의 실업”이라며 “일자리를 늘리고 싶으면 기업을 자유롭게 하고 국민의 지갑을 두텁게 해주고 싶다면 시장을 활성화시키라”고 말했다.
한영익·성지원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