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엘리엇과 표대결 앞두고 ‘막강 지원군’ 얻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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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자동차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갈등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가 현대차 손을 들어줬다. 글래스루이스가 발표한 현대자동차 의결권자문보고서에서다.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앞둔 현대차 입장에서 청신호가 커졌다.

작년 지배구조 개편 반대한 기관 #이번엔 현대차 배당방안 등 찬성

현대차는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배당규모·사외이사선임안건을 두고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표 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가 주당 2만1967원을 배당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글래스루이스는 현대차 주주들에게 ‘현대차가 제시한 안건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배당규모에 대해서 글래스루이스는 1주당 3000원(보통주기준)을 지급하는 방안에 ‘찬성’ 의견을 내놨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제시안 안건이다. 반면 1주당 2만1967원(보통주기준·엘리엇안)에는 ‘반대’를 권고했다.

자문보고서에서 글래스루이스는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는 제안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달라지는 자동차 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상당한 연구개발(R&D)·인수합병(M&A) 활동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차는 미래차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2023년까지 5년간 상품경쟁력강화(30조6000억원)·미래기술투자(14조7000억원)에 45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글래스루이스는 ISS와 더불어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이다. 금융 투자자에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글래스루이스가 현대차 손을 들어주면서 현대차는 향후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했다. 지난해 5월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던 당시, 글래스루이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연대했다. 자신들의 고객인 투자자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글래스루이스도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이번 요구는 무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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