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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불공정거래의 범인은 '내부자들'…10건 중 7건꼴

중앙일보

입력

코스피 상장사인 동성제약은 지난해 8월 말 한국거래소에 의해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됐다. 그전까지 2만원대에서 움직이던 이 회사 주가가 순식간에 4만원대까지 급등해서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의약품의 임상실험 결과가 해외 유명 학회지에 실릴 것이란 일부 언론의 보도가 주가에 호재가 됐다. 하지만 회사 측은 지난해 10월 "해당 병원에 확인한 결과 해외 학술지에 아직 투고한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공시했다. 관련 보도 이후 두 달 이상 지난 시점이었다.

공시 직후 주가는 30% 넘게 급락했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이 회사의 내부자들이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

최근 동성제약의 주가는 1만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9월 4만원대에서 주식을 샀던 투자자라면 '반토막'도 건지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허위ㆍ과장 정보를 유포하거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 거래에 가담한 '내부자들'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진 한국거래소]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진 한국거래소]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불공정 거래 혐의로 검찰 등 관계 당국에 통보한 사건 105건 중 73건(69.5%)은 최대주주나 대표이사 등 내부자나 준내부자가 연루된 사건이었다. 2017년의 46건(51.1%)보다 크게 늘었다.

해당 기업 네 곳 중 세 곳꼴(75.4%)인 89개 사는 코스닥 종목이었다. 이들 중 67개 종목은 시가총액 400위 미만의 소형주에 해당했다.

불공정 거래 사건에 연루된 인원과 계좌수는 많아졌다. 지난해 1건당 평균 혐의자수는 34명으로 전년(18명)보다 90% 가까이 늘었다. 평균 혐의 계좌수는 49개로 전년(26개)보다 급증했다.

거래소는 지능화된 불공정 거래와 신종 수법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ㆍ검찰 등과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가나 거래량이 급변하거나 실적이 나빠진 소규모 기업이 불공정 거래의 주요 대상이 되기 쉽다"며 "투자 종목을 고를 때는 재무구조와 영업실적ㆍ거래 양태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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