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의혹사면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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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통령배 국제대회 18년역사를 특징지우는 연례적 행사가 있다. 심판의 불공정한 경기운영이다.
이것은 물론 주최국 한국팀을 유리하게 하기위한「승부조작」이며 이 대회가 오랜 연륜에도 국제적으로 그리 좋은 평가를 받거나 권위를 받지못한 주요한 이유의 하나다.
그런데 이것이 심판(주로 초빙된 외국심판)들의 자질부족 때문이냐 하면 그렇지만은 않다.
그들의 비행뒤엔 우리측 축구협회관계자들의 사주와 조종이 있기 마련이다.
한국대표팀이 중도 탈락하면 관객유치등 대회에의 관심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하는 축구협회측은 으레 심판들에게 영향을 끼쳐 그라운드에서 실력이 아닌 「야료」에 의해 승부가 억지로 꾸며지도록 해왔던 것이다.
이때문에 축구팬들은 막대한 예산(국고보조)을 들여 초청한 세계적 강팀의 선수들로부터 훌륭한 기량이 아닌 심판판정에 항거하여 볼썽 사나운 사보타주를 하는 해프닝만 구경하기 일쑤였다.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의 이같은 수치스런 폐습이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19일의 대전경기. 청룡의 예선탈락을 겁낸 분위기 속에 열린 이날 경기에서 홍콩인 주심과 일본·한국인 선심은 시종 벤피카선수들의 발을 묶는 판정을 일삼았고 전반 31분 벤피카 주장이자 게임리더인 「미란다」를 퇴장시킨것은 「국제친선대회」에서 보기 힘든 횡포였다.
이 경기에 앞서 미국-헝가리전에서도 한국인 주심은 노골적으로 헝가리에 유리한 경기운영을 해 빈축을 샀다. 미국이 이기면 상대적으로 청룡이 불리해지기 때문에 감행된 계략이였다.
벤피카측은 한국측의 입장을 감안했음인지 「가르시아」등 주전공격수들을 기용하지도 않았다. 예선리그 정도에선 최선을 다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결국 우리는 경기초반 수준 높은 축구의 편린을 벤피카로부터 엿보는듯 하다 경기가 파행으로 흐르자 씁쓸한 기분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식으로 해서는 우리 대표선수들이 결코 얻는게 없다는 과거의 체험을 또 되풀이한다는 안타까운 심정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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