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회서 "일왕이 방한 부탁" 문희상 발언 논란

중앙일보

입력

25일 열린 일본 중의원 예산위 현장. [NHK 중계 화면 캡처=연합뉴스]

25일 열린 일본 중의원 예산위 현장. [NHK 중계 화면 캡처=연합뉴스]

25일 오전 열린 일본 중의원 예산위에서 '일왕이 방한 관련 부탁을 했다'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발언을 놓고 진위 논란이 벌어졌다. 이 자리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출석했다.

문 의장은 지난 15일 미국 방문 중 연합뉴스와의 인터부에서 "10년 전에 일왕이 한국에 오고 싶다며 나에게 다리를 놓아달라고 했다"고 한 발언한 바 있다.

이날 예산위에서는 문 의장의 인터뷰 발언이 언급됐고, 의원들은 진위를 따져 물었다.

히라사와 가쓰에이(平沢勝栄) 자민당 의원(8선)은 이날 문 의장 발언 가운데  "10년 전에 일왕(천황)으로부터 한국에 가고 싶으니 주선(仲立ち)해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일본 석간 '후지'가 궁내청에 사실관계를 문서로 문의해 문 의장의 천황 면회 기록이 없다는 정식 회답을 받았다고 한다면서 "문 의장이 멋대로 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의장의 발언에 조치하지 않으면 밖으로 얘기가 퍼져나갈 수 있다며 일본 정부가 '폭언'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저도 천황폐하가 문희상 국회의장과 면회했다는 기억이 없다"면서 "이 의장(문 의장 지칭)이 한 일련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은 "아마도 (일본) 국내에서는 그런 말을 믿는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해외에서도 그런 일이 없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앞서 문 의장은 지난 1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왕이 위안부 문제에 사죄해야 한다'는 자신의 발언에 아베 총리까지 나서 반발하는 것은 정략적인 행보라고 비판하면서 "10년 전에 일왕이 한국에 오고 싶다며 나에게 다리를 놓아달라고 했을 때 다른 것을 할 것 없이 무조건 할머니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서 '미안합니다' 한마디만 하면 된다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