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강하게 나가야 북핵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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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동북아정책 분석관으로 일하는 한국계 발비나 황(사진) 박사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한국.아시아 담당 특별 수석보좌관으로 내정됐다.

황 박사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석보좌관에 지명됐으나 신원조회가 끝나는 여름께(8월께) 임명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정자 신분인 만큼 정부 당국자가 아닌 민간학자의 사견임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수석보좌관은 한반도 문제는 물론 20년 뒤 아시아의 미래를 내다보며 차관보의 정책 구상을 돕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은 크게 변했지만 미국은 최근에야 이를 인식하고 한.미 관계 재정립에 착수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한국이 여전히 미국에 의미 있고 중요한 나라임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전쟁이 아닌 외교로 문제를 풀어가되 북한에 강하게 나가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북한이 최근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일시 중지한 것은 미국의 강력한 경고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황 박사는 힐 차관보의 평양 방문에 대해 "나쁠 것이 없다고 보지만 그러려면 북한이 영변의 원자로 가동을 중지하는 등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 인권 비판에 대해선 "이는 미국의 통화와 가치(민주주의)를 지키는 원칙적인 조치"라며 "이를 6자회담과 연계해 문제 삼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와의 인연에 대해 "2004년 그가 주한 미국대사로 발탁됐을 때부터 잘 아는 사이로 최근 1년 동안 (보좌관직에 대해) 얘기가 오갔다"고 밝혔다.

4세 때 도미한 황 박사는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워싱턴 조지타운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잘 읽고 있다는 평을 받았으며 한.미 동맹과 북핵 문제에 대해 많은 글을 발표했다.

한편 다음달 1일 취임할 국무부 신임 한국과장에 한국계인 성 김(김성용)씨가 내정됐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초등학생 시절 미국에 건너간 성 김씨는 검사 출신으로 그동안 주한 미국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해 왔다. 성 김씨는 애초 한국과 부과장으로 내정됐으나 뛰어난 업무 추진력과 한국통임을 인정받아 영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과 북한팀장에 한국계 유리 김(김유리.주한 미 대사관 1등 서기관)씨가 임명돼 성 김씨와 보조를 맞추게 된다. 이로써 미 행정부의 외교 라인 요직에 한국계가 네 명(빅터 차 백악관 NSC 아시아담당 국장 포함) 포진하게 됐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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