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무슨 죄"···정부-사립유치원 싸움에 등 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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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서울지회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앞에서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서울지회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앞에서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뉴스1]

“교사는 유치원에 고용돼 일하는 사람입니다. 원장과 설립자의 결정에 따라 유치원 교사들의 월급이 줄어드는 게 말이 되나요. 사립유치원과 정부 갈등에 왜 유치원 교사가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7년 동안 서울지역 한 유치원에서 교사로 일한 A씨는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사립유치원 재정 지원 중단 소식에 적잖게 당황했다.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이나 ‘처음학교로’(온라인입학관리시스템)에 참여하지 않는 사립유치원에 교사 인건비 등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회원들은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13일 한유총 서울지회 임원들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오후 4시쯤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를 찾아 에듀파인이나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는 유치원에 재정지원을 끊기로 한 시교육청의 방침에 항의했다. 오후 5시에는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에서 일하는 교사 100여명도 시교육청으로 모여 들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1일 사립유치원에 발송한 공문에는 처음학교로와 에듀파인 참여를 거부하거나 유치원비 인상률 준수하지 않은 유치원에 대해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사립유치원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교원기본급보조금(월 65만원), 학급운영비(학급당 15만원), 교재교구비(학급당 5만원) 등을 지원 받고 있는데, 이를 끊겠다는 것이다.

한유총은 지난해 10월 공문과 내용이 달라졌다고 비판했다. 홍병지 한유총 서울지회장은 “지난 10월에 받은 공문에는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으면 원장에게만 교원 인건비 52만원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며 “새 학기를 2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이렇게 정책을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이 끊기면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거리로 내몰리거나 유치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유총에 따르면 현재 유치원 교사의 월급은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기본급보조금이 30% 가량을 차지한다. 만약 시교육청이 지원을 중단해도 유치원에서 원비를 올려 이를 보전할 수도 없다. 원비 인상률도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서다. 한 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교사들을 자르거나 유치원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며 “시교육청의 지원이 중단되면 문 닫는 유치원은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폐원을 앞둔 유치원은 전국적으로 148곳에 달한다.

시교육청은 예산과 관련한 결정은 시의회의 권한이라 따를 수박에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시의회가 올해 시교육청 예산을 최종 의결했는데, 사립유치원 교원 인건비 지급을 위해 3가지 요건을 충족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혜손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장은 교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의회에서 예산권을 갖고 있어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조희연 교육감이 출장에서 돌아오는 대로 보고하고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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