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체연구소 입지 내정설에 경북·기장 ‘발끈’ 울산 ‘침묵’ 온도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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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40년에 걸친 가동을 멈추고 2017년 6월 19일 0시를 기해 영구 정지됐다. [뉴스1]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40년에 걸친 가동을 멈추고 2017년 6월 19일 0시를 기해 영구 정지됐다. [뉴스1]

“원전해체연구소(이하 원해연)가 부산과 울산 경계 지역에 설립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경북 지역사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경북도 12일 산자부 항의방문…“예정대로 3월에 선정해달라” #부산 기장군 “울산과 공동유치 실익없어…기장군에 설립해야” #산자부 “아직 결정된 바 없어…입지 검토중” 공식 입장 밝혀

12일 경북도와 경주시에 따르면 이날 일부 언론에 원해연 입지 내정설이 보도된 직후 두 지자체 관계자들이 산업통상자원부를 항의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경북도와 경주시는 “산자부가 공식적으로 표명해 온 것처럼 모든 여건을 고려해 3월에 공정하게 선정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경주시가 원해연이 들어설 최적지임을 거듭 강조했다.

입지 내정설에 언급된 부산 기장군도 반발하고 나섰다. 기장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과 울산 공동유치는 기장군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산자부와 부산시의 일방적인 결정이자 기장군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기장군 내 원해연 부지를 이미 확보한 기장군은 단독 유치를 희망해왔다. 원해연을 울산과 공동유치할 경우 기장군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기장군 관계자는 “국내 첫 원전인 고리1호기 건설 이후 330만 군민이 손해를 입어왔다”며 “피해가 가장 많은 기장군민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원해연은 기장군 안에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45만평 규모인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에는 동남권 원자력의학원, 수출용 신형연구로, 방사성 동위원소 등 시설이 집적화돼 있어 원해연이 들어서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게 점쳐졌던 울산은 찬반의사를 표현하지 않아 미묘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산자부 측은 이날 “현재 입지 대상이나 규모·방식 등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며 입지 내정설을 부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어린아이들과 정지 버튼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어린아이들과 정지 버튼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원해연 유치를 둘러싼 3개 지자체의 경쟁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본격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부산시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 지원하겠다”며 “대한민국이 원전 해체 산업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해연은 3만3000㎡ 부지에 들어서며, 연간 운영 예산은 500억원가량이다. 이르면 2020년 착공해 2022년쯤 완공된다.

정부는 세계 원전해체산업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1960~1980년대 건설한 원전 사용 가능 기한이 임박하면서 2020년대 이후 해체 대상 원전이 급증할 것으로 파악돼서다.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해체 대상 원전은 2015~2019년 76기에서 2020년대 183기로 늘어난 데 이어 2030년대 127기, 2040년대 89기로 점차 감소한다. 2014년 현재 전 세계 원전해체 소요비용은 440조원에 달한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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