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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아닌 1박2일 회담…“반드시 성과 내려는 북·미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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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체크 포인트 3 

지난달 29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가게에 북한과 미국 국기 등이 걸려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린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가게에 북한과 미국 국기 등이 걸려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린다. [AP=연합뉴스]

82분의 연설 중 56초. 주목을 끌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 관련 언급은 단 다섯 문장에 불과했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언급한 122초의 절반도 안 됐다.

“퇴로 닫아두고 담판하자 메시지” #CNN “북·미 다낭·하노이 놓고 이견” #트럼프 82분 연설서 북 56초 언급

“내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안 됐다면 우리는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하고 있었을 것”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는 트럼프의 단골 메뉴다. 또 트럼프는 “우리의 인질들은 집에 왔고 핵 실험은 중단됐으며, 15개월 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없었다”는 등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마디로 “27~28일 양일간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란 발표 외에 새로운 내용은 전혀 없었다. 미 국무부는 국정연설 후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현지시간 26일 도착하며 베트남에선 28일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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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트럼프의 짧은 북한 관련 언급 속에서도 주목할 점들은 있었다. 크게 세 가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실무 협상의 진척 상황, 나아가 ‘베트남 회담’의 큰 그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①왜 ‘도시’는 발표 안 했나=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개최만 밝히고 어느 도시에서 열리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 첫째 이유는 아직 북·미 간에 개최 도시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CNN은 이날 국정연설이 끝난 뒤 회담 준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아직까지 미국은 다낭을, 북한은 하노이를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자국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를 선호하지만, 미국은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 당시 이미 경호·동선 등 준비를 마쳐 회담을 치르기 편한 다낭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 평양에 들어가 개최 도시를 포함한 세부 내용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개최 도시가 정해져 있지만 경호 문제 때문에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관측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1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개최 장소를 공개했지만 측근들이 경호 문제를 들어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NYT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가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도시를 언급했는지, 베트남이란 국가명을 말한 것인지는 명확지 않다. 북한의 경우 김정은의 경호 문제에 엄청난 신경을 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가능성도 작지 않다.

②‘이틀’ 개최, 한국 참여하나=싱가포르 회담을 발표할 당시 미국은 6월 12일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이달 27~28일이라고 발표했다. 이틀간에 걸쳐 회담한다는 사실을 회담 전에 공식화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 둘째 날인 28일에 합류해 ‘3자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3자 종전선언은 지난해 1차 싱가포르 회담 당시에도 성사 직전까지 갔다 무산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③북한에 대한 당근도 채찍도 없었다=연설 직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행정부 고위관리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북한에 매우 미국적이며, 하면 된다는 낙관적인 접근법을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협상과 관련한 내용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른바 북·미 양측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상응 조치’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음으로써 6일부터 시작된 비건-김혁철 협상에 충분한 옵션을 주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으론 김 위원장을 만나 본인이 담판을 짓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회담’을 발표한 것은 이번 2차 베트남 회담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비핵화 조치의 구체적 진전에 합의하고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며 “퇴로를 닫아두고 담판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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