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성매매 알선 태국인 “돈 벌어 성형수술 하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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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국적의 트랜스젠더 A(29)는 2017년 10월 한국인 남궁(28)씨, 조모(29)씨와 함께 출장성매매업소를 함께 운영하기로 계획했다. 태국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을 한국으로 데리고 와서 성매매를 알선한다는 구체적인 컨셉까지 구상했다. 중·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사람을 소개받아 영업부장으로 2명을 고용하기까지 했다.

트랜스젠더인 거 알고도 성매매하려는 남성 많아

남씨와 조씨는 2017년 11월부터 5개월 동안 영업부장들에게 지시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O톡’ ‘X톡’ 등에 출장 성매매 광고를 올렸다. 광고에는 ‘트렌스젠더 여성’이라는 부분이 강조됐고 옷을 벗은 여성들의 사진이 첨부됐다. ‘O톡’ 등은 랜덤으로 대화 상대를 찾아주는 채팅 앱이지만 최근 성매매 광고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성매매 광고를 하고 이에 응하면 가격이나 장소를 조율하는 방식이다.

A 일당은 광고를 본 남성들이 연락하면 태국인 트랜스젠더를 남성이 있는 모텔까지 데려다주는 방식으로 성매매를 알선했다. 서울은 물론 경기 성남, 강원 춘천 등 전국 각지에 있는 모텔에 트랜스젠더를 보내고 돈을 받았다. 이들은 경기 남양주시에 숙소 겸 사무실을 두고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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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태국 국적의 트랜스젠더 16명을 한국에 입국시켰다. 그 대가로 A는 두 명의 동업자로부터 트랜스젠더 1명이 1달 체류할 때마다 100만원씩을 소개료로 받았다. 또 성매매 알선뿐 아니라 자신에게 ‘라일라’라는 예명을 붙이고 직접 성매매를 하기도 했다.

그는 성매매 한 건당 최소 13만원부터 최대 35만원까지 돈을 받았고 성매매 업주인 남궁씨 등으로부터 소개료 명목으로 1달에 100만원씩 챙겼다. 직접 성매매를 해 돈을 벌면서 정액으로 지급되는 돈까지 따로 받은 것이다. A씨는 돈을 벌어 성형수술을 할 목적으로 불법 브로커 일을 했다.

법원은 A 일당이 트랜스젠더를 알선하고 성매매를 한 정황이 명확하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남씨와조씨에게는 징역 1년 6월, A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범죄수익인 성매매로 벌어들인 돈을 모두 추징하라고 결론 내렸다. 법원이 산정한 전체 추징액은 1억5000여만원에 달한다.

2심 재판부는 양형이 적절하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단 A가 소개료로 받은 돈이 1800만원이라고 판단한 1심과 달리 1200만원이라고 판단했다. 트랜스젠더 여성 16명의 소개료를 모두 모두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A는 2심에서 추징금이 줄긴 했지만 “소개료를 추징하면서 자신의 예명인 ‘라일라’를 소개하는 명목으로 받은 300만원을 추징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상고했다.

지난달 17일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2심과 마찬가지로 A에게 1200만원을 추징하고 유죄를 선고한 것이 정당하다고 봐 상고를 기각하고 형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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