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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나선 까닭은.."LNG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싹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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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적막감 감도는 현대중공업 해양공장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0일 오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의 모습. 이날 마지막 수주 물량인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가 완공돼 출항한 후 더는 작업할 물량이 남아 있지 않아 공장 내부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2018.8.20 yongtae@yna.co.kr (끝)

적막감 감도는 현대중공업 해양공장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20일 오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의 모습. 이날 마지막 수주 물량인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가 완공돼 출항한 후 더는 작업할 물량이 남아 있지 않아 공장 내부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2018.8.20 yongtae@yna.co.kr (끝)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이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이사회 후 기자회견을 연다.

조선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해양이 유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빅3 체제의 한국 조선업은 빅 2 체제로 재편된다. 인수합병이 끝나면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은 독보적인 세계 1위로 올라선다. 영국계 조선ㆍ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라크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14만5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ㆍ점유율 13.9%)의 수주잔량을 보유했다. 2위는 584만4000CGT(7.3%)를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이다.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총 수주잔량은 1천698만9000CGT로 점유율은 21.2%까지 늘어난다.

수주 물량에서 3위인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 수주잔량 525만3000CGT(6.6%)의 3배가 넘는 규모다. 5위인 삼성중공업의 4천723CGT와 비교하면 4배에 달한다. 배를 건조하는 독 수만 놓고 보면 현대중공업(11개)과 대우조선(5개)을 합치면 16개로 늘어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한국 조선산업은 빅2 체제로 재편된다”며 “클락슨 기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의 수주잔고는 261척 3279만 DWT(재화중량톤수), 대우조선해양은 68척 1423만 DWT로 이를 합칠 경우 삼성중공업 대비 4.8배 규모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조선 경기 및 현대중공업 실적 그래픽: 김주원 기자

조선 경기 및 현대중공업 실적 그래픽: 김주원 기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총 65척 가운데 국내 대형 3사가 수주한 실적은 56척(86.2%)에 이른다. 현대중공업그룹이 25척, 대우조선해양이 17척, 삼성중공업이 14척을 각각 수주했다. LNG선 분야에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을 합하면 42척의 LNG 선박을 수주한 셈으로 전체 LNG 선박 시장의 절반을 넘어선다. 대우조선해양은 LNG 선박 건조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단기적으로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의 핵심 기술인 LNG 기술 확보와 경쟁우위를 위한 현대중공업의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양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선종은 LNG운반선 및 LNG 추진선이다"라며 "고부가가치 LNG 선박에서 경쟁력이 높고 경험도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 대우조선해양에 현대중공업이 큰 모험을 시도한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도 현대중공업의 과감한 베팅에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 국내 조선 빅3의 출혈경쟁 완화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국내 조선 3사가 심한 경쟁을 하면서 서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어 오래전부터 빅2로 재편되는 것이 낫다는 분석은 종종 나온 바 있다"며 "현재 글로벌 조선업 시장은 과거만큼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런 경쟁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아 슈퍼 빅1과 빅1으로 국내 시장이 재편되면 경쟁 강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글로벌서비스를 통해 선박 생애주기 서비스 사업에 활력이 더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현대중공업그룹에 속한 선박의 전주기 서비스 사업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도 이번 인수타진에서 충분히 고려됐을 것"이라며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관리하게 될 선박이 현대중공업의 선박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대우 선박까지 확대될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흑자 전환도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로 꼽힌다. 2015~2016년 2년 연속 조 단위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 73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도 8000억원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파급력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은 조선 기자재 업체의 구조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부연구위원은 "국가 조선산업 전반적으로 보면 삼성중공업이 현대그룹과 경쟁할 수 없는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로 전락한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며 "조선 기자재 산업의 경우 자동차 산업과 달리 특정 조선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은 구조다. 그러나 시장에 독점적인 1등이 등장하면 특정 업체에 대한 기자재 업체들의 의존도 변화가 생겨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선박엔진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 HSD엔진의 주가가 18% 넘게 떨어졌다. HSD엔진은 물량 절반을 대우조선해양에 납품하는 업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엔진사업부가 별도로 있어 HSD엔진에 대한 시장 반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 로고

대우조선해양 로고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거제에선 현대중공업의 인수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분주한 분위기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공동 대응에 나설 움직임도 보인다. 양사 노조 지회장은 조만간 만나 인수합병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예정된 임ㆍ단협 2차 잠정 합의안의 조합원 찬반투표를 위한 총회개최를 잠정 연기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라 조합원들에게 미칠 영향 파악할 때까지 합의안 투표 미룰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경영이 어렵다며 구조조정을 했던 회사가 막대한 돈 들여 대기업을 인수하는 사실에 분노한다”며 “사용자 측이 2차 잠정 합의를 서둘렀던 배경이 대우조선 인수추진 때문”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강기헌·오원석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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