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과 북한현실 모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상반된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북한의「김일성 주체사상」에 대한 학계의 본격적인 공개 토론회가 처음으로 열려 주목을 모았다.
경희대 국제평화연구소(소장 신정현)가 25일 동 대학 본관 대 회의실에서「주체사상의 이론적 배경과 북한의 현실」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는 박한식 교수(미 조지아대)를 비롯한 이 분야의 전공학자와 대학원 학부 학생 등 1백여명이 참석,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박 교수는 토론회 주제발표에서 『한국 내에는 주체사상을 바라보는 2개의 상이한 시각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정부 및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김일성 세습체제 정당화론」과 민중론자 및 소위 주체사상의「인본적·인간적 사상론」으로 대별되는 2개의 시각 모두를 비판했다.
그는 『주체사상과 북한의 현실은 구분돼야 하며 동시에 감정적·역사적 분위기에 압도되기보다는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의 인식체계를 객관적·분석적으로 연구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마르크시즘이 물질결정론·경제 결정론인데 비해 주체사상은 한마디로 인간결정론』이라고 규정하고 『그러나 인간이 모두 희생되면서 혁명을 해야하는 북한의 현실은 주체사상이 표방하는 논리와는 크게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또 영생불멸의 사상이라는 주체사상을 유한한 존재인 김일성이·창시했다는 것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주체사상으로 인해 김일성이 상당히 우상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주체사상의 가장 큰 역할은 통일전략이라고 말했다·즉 북한은 한국이 주체사상의 유입으로 지식인·학생·무산계급의 봉기가 일어나 붕괴되기를 기대하는 통일전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북한측은 현재 기대대로 한국 내에서 이 같은 현상이·일어나고 있다고 판단,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있은 토론에서 이상훈씨(서울대강사·철학)는『유한한 존재인 김일성이 영생불멸의 진리를 창조 할 수 없다』는 박 교수의 논지에 대해『지금까지 등장해온 사상사적·문화사적 보편개념도 유한한 인간에게서 나오지 않았느냐』며 반론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상식이나 진리는 오랜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재 반론을 펼쳤다.
또 한 학부학생은 『북한이 남한보다 사상교육이 잘돼 있는데 주체사상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 같다』며 『북한주민이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 알고싶다』고 했다.
박 교수는 토론회 마지막 발언을 통해 『주체사상은 김일성 사후에는 탈 김일성, 탈 공산주의화해야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