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성창호, 양승태와 특수관계" 재판부에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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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김 지사는 법정 구속되어 구치소 호송버스로 걸어 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김 지사는 법정 구속되어 구치소 호송버스로 걸어 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30일 오후 재판부가 법정구속을 선고하자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한동안 얼어붙은 듯 피고인석에 서 있었다. 재판부가 “김씨 등 경공모 회원들이 김경수 지사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댓글 작업을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등 유죄 취지로 말을 이어나갈 때부터 유죄를 예상한 듯은 했지만 법정구속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변호인단, 곧장 항소장 제출 계획 #허익범 특검팀 "2심 대비하겠다" #김 지사, 입술 깨물고 귀 빨개지기도

김 지사는 이날 재판에 출석할 때까지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1시 45분쯤 법원 입구에서 기자들과 만나선 “재판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임했다”며 “재판 결과만 남겨두고 있는데 도정에 전념할 수 있는 그런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법정에 들어설 땐 방청석에 앉은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새해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판결의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김 지사의 표정이 굳어갔다. “공범임을 인정한다”는 부분에서는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아래로 떨구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법정구속이 결정되자 얼굴은 물론 귀까지 새빨개진 김 지사를 법원 경위들이 양옆에서 붙잡았다. 서울구치소로 이송하기 전 법원에 있는 구치감으로 데려가기 위해서다.

드루킹과 공모해 댓글 조작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드루킹과 공모해 댓글 조작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지지자들은 김 지사가 있는 앞쪽으로 몰려들었다. 김 지사는 구치감으로 향하다가 방청석 분리대에 기대 지지자들에게 “끝까지 싸우겠습니다”고 큰소리로 외친 뒤 퇴장했다.

방청석에선 탄식과 고성이 터져 나왔고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재판이 끝나고도 퇴장하지 않으며 재판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김경수, (저번 대선 결과) 어떻게 보상할 거야”. “꼴좋다”는 김 지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른 한편에선 “재판장이 양승태 키즈다”, “판사 뒤통수 조심라라”는 재판부를 비난하는 욕설까지 오갔다. 일부 지지자들은 오열하며 “특검을 특검하자”고 화를 내기도 했다.

김 지사는 변호인을 통해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진실을 외면한 채 특검의 일방적 주장만 받아들인 재판부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을 대독한 오영중 변호사에 따르면 김 지사는 선고가 끝나고 구치소에 들어가기 전 대기 장소에서 입장문을 직접 작성했다. 법정구속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재판장이 양승태와 특수관계라는 점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주변에서 우려했는데 재판 결과를 통해 현실로 드러났다”며 “진실을 향한 긴 싸움을 시작하겠다. 진실의 힘을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진실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측은 재판 과정에서 ‘드루킹’ 김동원씨의 주장이 수사 과정에서 번복됐기 때문에 증거로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변론 해왔다.

특검팀 관계자는 “재판부가 유죄 취지로 발언을 이어 나가자 김 지사의 당황하는 표정이 보였다”며 “법원이 특검의 논리를 받아들인 만큼 항소심에서도 충분히 이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재판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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