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일고시원, 소방 시설 관리 미비”…고시원장 입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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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소방 관계자와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이날 화재는 3층에서 발화해 2시간 여만에 진화됐으나,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뉴스1]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소방 관계자와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이날 화재는 3층에서 발화해 2시간 여만에 진화됐으나,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뉴스1]

지난해 화재로 7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의 원장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고시원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원장 구모(69)씨를 입건하고 피의자 조사를 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주로 소방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조사했다”며 “소방시설법 위반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구체적으로 구씨에게 어떤 과실이 있었는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9일 새벽 5시쯤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국일고시원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고시원 거주자 26명 중 7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 및 소방당국은 두 번에 걸친 합동감식을 통해 고시원에 소방시설이 적절히 설치돼 있는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국일고시원에는 단독경보형감지기와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단독경보형감지기는 방안 등 특정 공간에 화재가 나면 알람이 울리는 기기이고, 자동탐지기는 열과 연기를 감지해 건물 전체에 사이렌을 울리는 설비다. 그러나 당시고시원 거주자들은 모두 “화재 당시 비상벨이 울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경찰은 불이 301호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거주자 A씨(73)를 중실화 및 중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당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일 새벽 전기난로를 켜두고 화장실에 다녀오자 방에 불이 나 있었다”며 “이불로 불을 끄려다 불길이 더 크게 번져 탈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점을 들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나 영장을 집행하지는 않았다. A씨는 화재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병이 악화해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27일 49재를 맞은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현장 앞에 마련된 고시원 화재참사 희생자 하루분향소에 시민들이 헌화한 국화가 놓여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27일 49재를 맞은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현장 앞에 마련된 고시원 화재참사 희생자 하루분향소에 시민들이 헌화한 국화가 놓여있다. [뉴스1]

한편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국일고시원 희생자를 위한 추모제 때 생존자 이모씨는 기자회견에서 "소방관들이 물을 뿌리고 건물에 들어가기까지 30분은 걸렸다"며 "(구조가 빨랐다면) 사망자 절반은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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