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동맹에 대형 참사” vs “핵무기 생산 중단은 성공작”…2차 북ㆍ미 정상회담 서로 다른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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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EPA=연합]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음 달 말 2차 정상회담을 합의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핵 신고와 생산중단 같은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감축,폐기와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소위 ‘ICBM 딜’에 대해선 “한미동맹에 대형 참사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2차 정상회담 합의에 대한 중앙일보의 긴급 설문에 대한 답변에서다.

미국 전문가들 긴급 설문

빅터 차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2월 말이란 시한을 정한 건 가시적이고 신뢰할 만한 비핵화 조치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시간을 둔 것”이라며 “이번엔 원칙적인 싱가포르 성명을 넘어선 것을 이뤄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두 번째 정상회담 목적은 분명하며 제재 해제와 키리졸브 훈련 중단”이라며 “시간은 북한에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셧다운과 시리아 테러, 뮬러 특검 수사에 직면한 트럼프는 어딘가 승리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가짜 비핵화에 많이 양보하는 나쁜 합의를 받아들이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1차 정상회담에서 과거 합의보다 못한 형편없는 성명을 받아들이고 일방적으로 최소 9개의 동맹과 군사훈련을 취소했고 인권제재 대상을 칭찬하는 세 가지 실수를 했다”며 “반면 비핵화 열차는 역을 출발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과 도쿄가 걱정하는 ICBM 딜을 받아들일 경우 한국과 일본 보호 공약을 포기한다는 불안감을 확인시켜 줄 것이며 한국전 종전선언도 동맹안보에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차 회담에선 핵미사일에 대한 신고를 포함한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실질적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제재 축소 같은 양보를 제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2017년 11월 29일 북한의 대튤간탄도미사일급 장거리 미사일인 화성-15형의 시험발사 장면. [사진 조선중앙통신]

2017년 11월 29일 북한의 대튤간탄도미사일급 장거리 미사일인 화성-15형의 시험발사 장면. [사진 조선중앙통신]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 동맹관계를 종식하고 군대를 철수하고 싶은 나머지 2차 회담에서 ICBM 딜 같은 ‘급진적 합의’를 할 수 있다”며 “김정은이 그런 급진적 제안으로 트럼프가 통 큰 합의를 하도록 상황이 돌아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ICBM을 포기한다면 그건 충분한 능력이 없기 때문이며 트럼프가 미 본토를 지켜냈다고 믿도록 속이려는 것”이라며 “결국은 한국 방어를 포기하게 만들어 한국과 미국에 대형 참사가 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선언에서 밝힌 대로 영변 핵시설 폐기로 핵무기 생산을 중단할 경우 2차 정상회담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이 지난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의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 프로그램을 신고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중앙포토]

북한이 지난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의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 프로그램을 신고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중앙포토]

브루스 베닛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2차 정상회담은 여러 가지 길로 향할  수 있다”며 “김정은이 미국인과 한국인 모두의 신뢰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핵위협을 억제하고 핵무기 생산을 중단하는 진정한 조치를 취할 경우 좋은 회담이 될 것이고 많은 보상조치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싱가포르처럼 비핵화에 어떤 조치도 거부할 경우 상황은 긴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베닛 연구원은 “양국이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대타협의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단계적 과정을 밟아야 한다”며 “2차 정상회담이 이 같은 진전과 신뢰를 구축하는 좋은 단계들을 설정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연구원도 “두 번째 회담은 첫 번째보다 더 많은 것을 이뤄내지 않으면 실패로 인식될 것이기 때문에 두 정상 모두 그런 실패를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양선언의 영변 핵폐기 언급에서 북한이 전체 파이 가운데 한 조각을 제안했는데 우리가 얼마나 먹을 수 있을지, 파이 전체가 제공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연구원도 “2차 정상회담은 양측이 두어개의 구체적 목표를 약속한 뒤 협상가들이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찾도록 하고, 더 큰 의제를 계속 협상해나가기로 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은 양측의 협상 의지만큼 나아갈 수 있으며 우리가 곧바로 포괄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협상이 실패한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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