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최선희 스웨덴 산골서 첫 만남…비밀 끝장협상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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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8일(현지시간) 스웨덴 외교부를 방문하고 나오고 있다. 최 부상은 스웨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8일(현지시간) 스웨덴 외교부를 방문하고 나오고 있다. 최 부상은 스웨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미국과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담판을 돌입한 곳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50㎞ 떨어진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라는 외딴 휴양지였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19일(현지시간) 저녁 임명 150일 만에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이곳에서 만나 만찬을 겸한 상견례를 했다. 만찬에는 외교부의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함께 했다. 22일까지로 잡힌 이번 협상에 이 본부장이 가세한 것을 놓고 북·미 실무 합의를 앞두고 우리 정부도 사전에 움직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협상 과정에서 종전선언과 남북 협력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건 대표 임명 150일 만에 상견례 #스톡홀름서 50㎞ 외딴 장소 골라 #한국 측 이도훈 본부장도 합류 #북·미정상회담 장소 등 논의 예상

눈이 얼어붙은 깜깜한 산길을 달려야 도착하는 외딴 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고급 산장(山莊)과도 같다. 스웨덴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데가 있는 줄 몰랐다”는 말이 나왔다. 이곳 홈페이지엔 “회의·숙식이 동시에 가능한 시설로 하루에 예약을 한 건만 받는다”며 “방해 없이 협상할 수 있는 장소”라고 소개돼 있다. 스웨덴 정부가 비밀유지와 경호를 고려해 선택한 장소다.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 끝장토론인 ‘콘클라베’와 같다는 말도 취재진 사이에서 등장했다. 각국 취재진이 이날 자정 넘어서까지 기다렸지만 협상단 모습은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다. 시설 입구도 무장경찰이 철통 경비 중이다. 스웨덴 외교부를 방문한 뒤 회담장으로 오는 최 부상의 차를 각국 취재진 차량이 따라붙자 스웨덴 경찰차가 도로를 가로막고 차단했다.

최선희 부상과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의 회담 장소는 스웨덴 스톡홀름 중심부에서 자동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외딴 산골 휴양시설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다. 회의와 숙식이 가능한 시설이다. [사진 홈페이지]

최선희 부상과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의 회담 장소는 스웨덴 스톡홀름 중심부에서 자동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외딴 산골 휴양시설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다. 회의와 숙식이 가능한 시설이다. [사진 홈페이지]

최선희 부상과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의 회담 장소는 스웨덴 스톡홀름 중심부에서 자동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외딴 산골 휴양시설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다. 회의와 숙식이 가능한 시설이다. [사진 홈페이지]

최선희 부상과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의 회담 장소는 스웨덴 스톡홀름 중심부에서 자동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외딴 산골 휴양시설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다. 회의와 숙식이 가능한 시설이다. [사진 홈페이지]

산중 협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성패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지난해 5월 김영철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찾았을 때 미국 정부는 떠들썩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이번엔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40분 만남으로 끝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전달받은 건 모든 상황이 끝난 뒤인 19일에야 사진 한 장으로 공개됐다.

미국의 로키 반응은 2차 정상회담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놔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부담 속에 진행되는 게 눈 덮인 스웨덴 산속에서의 산중 회담이다. 북한도 작심하고 회담에 응하는 모양새라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최선희 부상은 주스웨덴 북한대사관에 머물며 스웨덴 마르고트 발스트룀 외교장관을 면담하는 등 스톡홀름에서 대기하다 비건 대표가 19일 오후 도착하자마자 회담 장소로 이동했다. 따라붙었던 취재진의 질문엔 일절 응하지 않았다. 비건 대표 역시 공개 장소에선 입을 닫았다.

비건과 최선희의 산중 협상에서는 정상회담 장소도 논의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지역은 휴양지이자 경제도시인 베트남의 다낭이라고 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을 놓고 “마라라고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마라라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끼는 플로리다주의 휴양시설이다. 반면 베트남의 하노이는 북한이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북한대사관이 위치해 평양과 연락하기에 용이하다. 베트남 정부도 상징성 면에서 수도 하노이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미국 언론 일각에선 “베트남전에서 패배했는데도 북한 정상을 베트남에서 만나는 건 수치스럽다”는 반발도 나온다. 그러나 베트남은 미국엔 중국 견제라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카드라는 해석도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고, 미국은 중국의 코앞인 베트남에서 북한 정상과 만나며 중국을 견제하는 모양새를 연출할 수 있어서다.

한편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도 20일 스웨덴으로 떠났다. 외무성은 가나스기 국장이 비건 대표와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나스기 국장은 남·북·미 실무 협상 협의체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전수진·백민정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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