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분리 5개 광역군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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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학부형과 학생들의 비상한 관심속에 서울시내 고교학군및 배정방식 조정 작업이 본격화됐다.
서울시교위는 지난2일 발표한 학군조정 3개안을 부분보완, 10일 서울시내 중·고교 교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이번 보완작업은 당초의 3개 학군조정·지원자 배정안이▲5개교까지만 복수지원할 경우 특정 고교들에만 지원이 집중돼 1차지망에서 대량 탈락사태를 빚을 우려가 높고▲학군내 고교정원과 학생수가 달라 타 학군에 많은 학생이 강제 배정될 경우에 대한 대책이 없으며▲4개 광역학군안 (제2안) 이 시행될 때 현 8학군이 포함되는 「제4학군」 이 여전히 높은 선호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등 몇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데 따른 것이다.
개선안을 마련한 한국교육개발원측은 이같은 문제점에 대한 대책과 함께▲고입선발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할때 현행 8학군내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은 타학군보다 결코 높지 않으며▲1∼5지망까지에서 지원학생의 76%가 원하는 학교에 배정될 것으로 예측하는등 구체적 통계조사자료를 내놓음으로써 「8학군병」 은 큰 부작용없이 상당부분 치유할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10일 보고회에 참석한 30명의 시내 일선 중·고교교장들도 개정안 자체에는 별 이견을 보이지 아 이번 개선안은 6월로 예정된 공청회에 그대로 상정될 공산이 크다.
당초의 제1안 (서울시 단일학군안) 에 추가된 것은 고입연합고사 합격자를 배정할 때 「1∼5개교 복수지원」 이외에 「무제한 복수지원」방식도 가능케 한 것이다.
이 경우 수험생이 지원순서에 따라 추첨배정을 받게 돼 8학군 집중현상이 해소되고 통학거리·종교·제2외국어등을 감안한 학교선택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세칭 「명문고」 가 집중된 8학군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함께 학생들의 지원양상에 따라 시내 교통난이 가중될 우려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개발원 연구팀은 시내 중학생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 결과 제1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현 8학군내 고교정원의 51%가 타지역 출신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무제한 복수지원방식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등에 문의한 결과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
제2안 (광역학군안) 에는 당초의 4개 광역학군안외에 「명문고」가 집중된 강남·서초구를 분리하는것을 핵심으로 한 5개 광역학군안이 추가됐다. 1학군(노원·중랑·도봉·성북·동대문구) 2학군 (은평·종로·중·서대문구) 3학군 (마포·강서·양천·영등포·구로구) 4학군(용산·동작· 관악·서초구) 5학군(성동·강남·송파·강동구) 으로 나뉜 이 방안은 그러나 강남·강동·송파구가 포함된 제5학군의 선호도가 높아질 소지를 안고 있다.
교육개발원측은 또 제2안은 학군내 고교정원·학생수의 차이로 타학군 배정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연합고사뒤 각 학군별로 합격선을 달리해 학군내 정원만큼만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도 제시했으나 이 경우 학군간 우열격차가 생기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제2안의 합격자 배정방식에도 1∼5개교 복수지원 방식외에 무제한 지원방식이 추가됐다.
제3안 (혼합학군안) 은 당초의 1안과 2안이 절충된 성격을 띤다. 교육개발원측은 「광역학군+1개공동학교군」안이 공동학교주변 주민의 거센 반발을 살 것이라는 여론에 따라 「서울시 단일학군+광역학군」안을 더 마련했다. 즉 4∼5개 광역학군의 수험생은 제1지망때는 소속학군에 관계없이 서울 시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학교를 선택하되, 제2지망부터는 자기학군내 고교를 우선순위별로 무제한 지망케 한다는 것.
이 경우 소속학군의 제약으로 평소 원하던 타 학군 특정고교에 진학할 가능성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현 8학군내 고교로 1차지망이 집중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편 일반의 관심을 끌어 온 공동학교군에는 학생·학부모의 선호도와 종교·제2외국어등을 감안해 남·여 각10개교씩 모두 20개 고교가 포함되도록 하는 안이 제시됐다.
이날 보고회에서 교육개발원측은 ▲선복수지원-후추첨배정▲근거리 배정원칙배제▲학교선택권의 학생·학부모에의 반환등에 초점을 둔 이들 3개 개선안에 현 중2년생의 72%, 학부모의 80%가 찬성했다고 여론조사 결과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 참석교장들은 개선안의 무작위 추척방식이 현행과는 달리 고입연합고사 성적분포를 일체 무시한 것이라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큰 이번 개선안중 어느 것도 「8학군병」 을 완벽히 치유하기는 어렵다할 정도로 학군문제는 이미 「교육차원」 에서 상당히 일탈된 것이 사실이다. 다만 「학군간의 벽」 이 「계층간의 벽」 으로 까지 굳어지는 이상현상을 최대한 해소해보려는 시도가 이들 안에 담겨있는 만큼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개선이 추진될지 주목된다.

<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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