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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ㆍ최선희 ‘투트랙' 정상회담 가속도, “ICBM 딜, 동맹해체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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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018년 6월 1일 백악관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018년 6월 1일 백악관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을 방문한다.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도 같은 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실무협의를 가질 예정이어서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투트랙’ 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이 정상회담 일시·장소에 대한 확답이 담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ㆍ미 협상엔 가속도가 붙었다.

김영철 17일 워싱턴행, 18일 트럼프 면담 #김성혜ㆍ최강일 대표단에 백악관도 준비 #최선희-비건, 스톡홀름 실무협상 투트랙

 워싱턴과 중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은 17일 베이징에서 출발해 같은 날 오후 6시 50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유나이티드항공 UA 808편을 다른 일행 3명과 함께 예약했다. 당초 18일 출발하는 같은 항공편도 함께 예약했지만 이 항공권은 취소했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17일 저녁 재외공관장회의 일정을 마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찬을 하고, 18일 북ㆍ미 고위급회담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고위 인사들이 워싱턴을 직접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년 전인 2000년 조명록 당시 국방위 부위원장은 샌프란시스코, 김 부위원장 본인도 지난해엔 뉴욕에서 숙박한 뒤 승용차편으로 워싱턴을 다녀갔다. 북미 외교사에서 김영철의 워싱턴 직행은 이례적인 일로 기록될 전망이다.

 북ㆍ미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번 워싱턴 방문 대표단의 규모가 지난해 뉴욕 회담 때보다 훨씬 크다”며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격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의 일행엔 측근인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대행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5월 31일 뉴욕 회담 때 김 부위원장을 수행했던 인사다. 이들 외에도 통일전선부ㆍ외무성을 포함해 10명 안팎의 대표단이 워싱턴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김 부위원장과 최선희 부상이 18일 워싱턴에서 ‘2+2회담’을 할 것이란 관측을 제기한 데 대해 소식통은 “비건-최선희 실무협의는 예정대로 스웨덴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대표단을 맞을 채비에 들어갔다. 26일째 최장기 연방정부 부분 폐쇄(셧다운)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과 면담을 수용한 것은 북핵 협상이 잘 되고 있다는 과시용인 동시에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57억 달러를 배정하라는 의회에 대한 압박용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스웨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스웨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연합뉴스]

 외교 소식통은 “지난 주말부터 국무부가 굉장히 바쁘게 돌아갔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조기 귀국도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일정이 결정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핵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국내 정치 이슈와 연관 짓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달리 “국무부 북핵 협상팀은 오히려 침착하다”며 “기대감에 들떠있을 거라면 오산이며 그 반대”라고 전했다. “이번엔 비핵화를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게 실무 협상팀의 입장이라고 한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중앙일보에 “북한이 2차 정상회담에서 광범위한 사찰을 수용할 것이란 증거는 안 보이고, 동맹국들은 뺀 채 미 본토에 대한 핵 위협, ICBM만 해결하는 합의만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발언이 촉발한 후자는 동맹을 해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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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해리 카자니스 미 국익센터 방위연구국장은 “북미가 평행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ICBM 폐기와 일부 제재 완화라는 타협안을 추구하는 건 성공을 위한 청사진이 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 본토를 향한 핵미사일 위협을 크게 줄였다며 위대한 승리를 주장할 수 있다.  관건은 김 위원장이 양보의 대가로 무엇을 요구할 지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전수진ㆍ이유정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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