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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비건 17일 스웨덴서 첫 상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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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7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의를 한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이 15일 전했다. 익명을 원한 이 소식통은 “북한과 미국이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물밑에서 접촉해 왔다”며 “북·미가 고위급 접촉에 앞서 실무협의를 먼저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비건 특별대표가 조만간 스웨덴으로 향할 것”이라며 “최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가 제3국(스웨덴)에서 접촉하면 상견례가 되는 것으로 자연스레 향후 고위급 회담이나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 현안을 협의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소식통 “북·미 정상회담 협의할 듯”

북·미 간에는 조만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고위급 접촉이 있을 것이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비건 협의가 예정대로 17일 이뤄진다면 지난해 11월 8일 북·미 고위급 접촉이 연기된 이후 77일 만의 양측 공식 접촉이다. 당시 고위급 접촉은 미국 뉴욕에서 예정됐으나 북한의 취소로 열리지 않았다. 실제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해 8월 대북 특별대표에 취임한 이후 북한과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최 부상이 의도적으로 만남을 피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했다.

최선희 부상은 15일 오전 11시30분쯤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행선지를 묻는 기자에게 “스웨덴 국제회의에서 이야기하죠”라고 말한 뒤 공항을 빠져나갔다.

CNN “트럼프, 김정은에 친서 … 김영철·폼페이오 이르면 17일 워싱턴 회담”

이날 CNN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친서를 지난 주말 사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해 북·미 회담이 급물살을 타고 있음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정상회담을 위한 세부사항을 계획(work out) 중”이라고도 했다.

최-비건 간 스웨덴 접촉이 가시화하면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만나는 시기도 관심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이번 주 안에 열릴 기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양측이 고위급 회담의 일정을 최종 확정하지는 않은 만큼 (최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의) 실무접촉 결과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 간 고위급 회담은 이르면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될 수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가족 장례식 참석을 이유로 중동 순방 마지막 목적지인 쿠웨이트 방문을 연기하고 조기 귀국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15일까지는 베이징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평양발-베이징행 고려항공은 17일 오전이다. 김 부위원장이 이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미국 시간으로 17일 현지시간 워싱턴에 도착 가능하다. 하지만 최-비건 간 접촉이 17일로 예정돼 있어 폼페이오-김영철의 회동은 더 늦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의 접촉이 이뤄지면 지난해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패턴은 달라진 양상을 보이게 된다. 지난해엔 선(先) 고위급 회담 후(後) 실무협상 순으로 진행됐지만 이번엔 실무협상이 물꼬를 트게 된다. 외교 소식통은 “통상 북·미 정상회담 전엔 지난해처럼 고위급 회담이 먼저 열린 뒤 실무협상이 뒤를 이었지만 이번엔 순서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워킹그룹 회의도 17~18일께 열리는 것으로 일정이 조율되고 있지만 이번엔 비건 특별대표는 스웨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는 사전 협의에 따라 화상으로 진행되며, 미국 수석대표로는 비건 특별대표가 아닌 앨릭스 웡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나선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15일 전했다. 한국 측에선 이동렬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이 나선다. 이번 화상회의에선 설날을 계기로 추진 중인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위한 장비의 반출을 위한 대북제재 면제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워킹그룹 회의에선 인도적 지원 내용과 이산가족 화상상봉 관련 안건, 지뢰 제거 및 유해발굴 관련 안건이 중간점검 대상”이라며 “(이번 화상회의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는 상관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전수진·이유정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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