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에?" 시중 자금 갈팡질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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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지난달 말 소형 아파트를 1억2000만 원에 전세 놓았다. 이씨는 예전같으면 이 돈을 펀드나 부동산 등에 투자했지만 이번엔 투자처를 찾지 못해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 두었다.

이씨는 "요즘 부동산 규제가 심하고 주식시장도 급등락을 반복해 어떻게 투자할지 모르겠다"며 "일단 시장 추이를 지켜본 뒤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40조 원(5월 말 기준)에 달하는 시중의 부동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은행 특판예금에 돈이 몰리는가 하면, MMF에 자금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는데다 물가상승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 등으로 주식시장이 급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올 들어 세 차례 특판예금을 판매했다. 금리는 세 차례 모두 연 5%로 같지만 이 은행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3월 판매 때는 2조 원이, 4월에는 2조4000억 원이 유입됐다. 또 지난 7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특판예금에는 10일 만에 1조7290억 원(16일 현재)이 몰렸다.

하나은행 가계영업기획부 구자훈 차장은 "일주일을 기준으로 따지면 특판예금 판매규모가 4월이 3월보다 30% 늘었고 6월은 3월보다 50% 늘었다"며 "금리는 그대로인데 돈 몰리는 것이 제각각인 것을 보면 금리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은행으로 들어오는 자금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단정적으로 은행 예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추세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부동자금의 단기 피난처인 MMF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도 수탁액이 급증과 급감을 반복하는 등 혼란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단기금융상품은 하루만 넣어도 이자를 주기 때문에 여유자금을 잠시 넣어 놓고 단기간 운용하면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엿보기에 좋은 상품이다.

한국은행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5일 기준 MMF 잔고는 74조7570억 원으로 5월 말의 76조490억 원에 비해 1조2920억 원 줄었다. MMF잔고는 5월 한 달 동안 4조6697억 원이나 급증한 뒤 6월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7일 78조1260억 원까지 불어났지만 이후 다시 급감세로 돌아섰다.

MMF는 투자신탁회사가 고객들의 자금을 모아 펀드를 구성한 다음 금리가 높은 만기 1년 미만의 기업어음(CP).양도성예금증서(CD).콜 등 주로 단기금융상품에 집중투자해 얻은 수익을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만기 30일 이내의 초단기금융상품이다.

은행이 판매.운용하는 MMDA 잔고도 지난 3월과 4월에는 각각 1조6360억 원, 1조7182억 원씩 감소했다가 지난달에는 5072억 원 증가하는 등 불안정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자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에 대해 자산시장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팀장은 "요즘 고객들은 만기 돌아오는 자금만 MMDA나 MMF에 넣어둔 뒤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당분간 이렇게 예측하기 어려운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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