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시회, 윤봉길 의사 설명 ‘실패한 자객’에서 ‘성공한 의사’로 수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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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를 ‘자객’으로 묘사해 논란이 된 중국 상하이의 ‘화이하이루 역사 특별전’ 전시물이 13일 교체됐다. 왼쪽은 윤 의사를 ‘실패한 자객’으로 설명했던 기존 전시물, 오른쪽은 윤 의사를 ‘성공한 의사’로 설명한 교체된 전시물. [연합뉴스]

윤봉길 의사를 ‘자객’으로 묘사해 논란이 된 중국 상하이의 ‘화이하이루 역사 특별전’ 전시물이 13일 교체됐다. 왼쪽은 윤 의사를 ‘실패한 자객’으로 설명했던 기존 전시물, 오른쪽은 윤 의사를 ‘성공한 의사’로 설명한 교체된 전시물. [연합뉴스]

훙커우 공원 의거의 주인공인 윤봉길(1908∼1932) 의사를 ‘실패한 자객’으로 소개했던 중국의 한 역사 전시회 주최 측이 우리 정부의 수정 요청을 받아들여 전시물 설명을 수정했다.

13일 상하이시 황푸구의 옛 쑨원 청사 건물에서 진행 중인 ‘화이하이루 역사 특별전’ 주최 측은 윤 의사 관련 전시물을 수정해 다시 내걸었다.

당초 주최 측은 1932년 4월 29일 아침 윤 의사가 거사를 위해 출발한 장소인 위안창리 골목 입구의 사진을 전시하면서 “‘자객’ 윤봉길이 위안창리에서 출발해 훙커우 공원으로 이동했지만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다. 의사는 현장에서 포로가 됐다”고 설명했다.

윤 의사를 ‘자객’으로 표현한 것도 논란이 됐지만, 당시 상하이 점령 작전을 지휘한 일본군 시라카와 요시노리 대장이 크게 다쳤다가 곧 사망하는 등 다수의 일본군 및 정부 고위 관리들이 사상했다는 점에서 거사를 실패했다고 설명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전시회의 윤 의사 사진 밑에는 “윤봉길 의사가 위안창리에서 출발해 훙커우 공원으로 이동해 (거사에) 성공을 했지만 의사는 현장에서 포로가 됐다”고 새로 적혀 있었다.

논란이 된 ‘자객’이라는 표현이 빠졌고, 윤 의사의 의거가 성공했다는 사실을 반영해 전시물을 교체한 것이다.

또한 기존 설명에는 윤 의사의 이름의 가운데 글자 한자가 ‘逢’자로 잘못 쓰여 있었는데 이번에 이도 ‘奉’자로 바로잡았다.

이번 전시물 교체는 주최 측이 주 상하이 총영사관 측의 수정 요청을 즉각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지난 11일 연합뉴스의 ‘윤봉길 의사가 ‘실패한 자객’?…중국 역사전시회 ‘격하’ 논란’ 보도 직후 상하이 총영사관은 중국 측 관계자들과 다각도로 접촉해 한중 양국에 모두 중요한 역사적 인물인 윤 의사 관련 전시물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도록 바뀔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총영사관 관계자는 “상하이시 황푸구 외사판공실과 선전부, 주최 측 책임자 등 다양한 관계자들을 접촉해 우리 측 입장을 전달했다”라며 “오늘부터 윤 의사 관련 전시물이 교체돼 전시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측이 논란이 대상이 된 역사적 전시물을 아예 철거하는 대신 우리 측의 요청을 전적으로 수용해 오류를 바로잡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작년 우리 정부가 상하이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윤 의사의 사진 밑에 ‘North Korean’으로 잘못된 정보가 적힌 것을 확인하고 수정을 요청했지만 박물관 측은 ‘정기 전시물 교체’를 이유로 윤 의사의 사진을 아예 다른 사진으로 바꿔버린 경우도 있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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