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최후진술 "결과 책임지겠지만 내 경험은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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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4) 전 충남지사는 9일 “결과가 무엇이든 처벌을 받겠다”면서도 “어떤 경우에라도 힘을 가지고 상대의 인권과 상대의 권리를 빼앗지 않았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그는 지지자들과 가족을 언급할 때는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홍동기)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도덕적 정치적으로 무한한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가지고 반성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재판장님 송구하다. 고소인, 변호사님들, 지지자들(에게) 대한민국 정치인 한 사람으로서 송구하다”며 입을 뗐다.

“송구하다”는 말을 연신 한 그는 지지자들과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할 땐 숨을 잠시 고르더니 울먹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안 전 지사는 “지지하고 많이 응원해줬던 많은 분에게 죄송하다”며 “제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도덕적 정치적으로 무한한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갖고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공개 법정에서 말씀드렸듯 또 제가 경험했던 사실”이라며 “고소인의 주장과 상반된다. 고소인의 주장과 고소인의 마음을 제가 존중하고 위로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제가 겪었던 경험 자체가 그게 아니었다”며 “결과가 무엇이든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 어떤 경우라도 제가 가지고 있는 힘을 가지고 상대의 인권과 상대의 권리를 빼앗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주장했다.

안 전 지사는 “여하튼 모든 분에게 많은 사랑과 기대를 받는 정치인으로서 무한한 책임감과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수행비서 김지은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법률대리인을 통해 “1심 재판 때 16시간을 진술했다. 재판 내내 피고인이 기침 소리 낼 때마다 정신이 혼미해졌다”며 “피고인이 바로 옆에서 압박하고 조여오는 것 같아 도망치고 싶었다. 피고인의 범죄 사실을 밝힐 수 있다면 참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장시간 오한을 견디며 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매일 악몽에 시달렸다. 2심에서 다시 진술해야 해서 견뎠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범죄사실 밝히기 위해 견뎠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의 지엄함을 보여달라. 간절히 부탁한다”고 안 전 지사를 엄벌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이날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며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당초 예정대로 다음 달 1일 오후 2시30분에 안 전 지사에 대해 선고할 계획이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7개월에 걸쳐 김씨를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김씨를 5차례 기습 추행하고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1차례 추행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라 할 만한 지위와 권세는 있었으나 이를 실제로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안희정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 진술 전문.

재판장님 송구합니다. 그리고 변호사님들, 지지하시는 많은 분들 대한민국의 한 정치인으로서 송구합니다. (정적) 또한 저를(울먹) 지지하고 많이 응원해주셨던 많은 분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제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미안합니다. 도덕적·정치적으로 무한한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갖고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비공개 법정에서 말씀드렸듯이 또 제가 경험했던 사실들입니다. 고소인의 주장과 상반됩니다. 고소인의 주장과 고소인의 마음을 제가 존중하고 위로해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겼었던 경험 자체가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미 저에 대해서 판사님께서 잘 판단해주시고 결과가 무엇이든 처벌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제가 가지고 있는 힘을 가지고 상대의 인권과 상대의 권리를 빼앗지 않습니다. 그 말씀 꼭 드리고. 하튼 모든 분들께 많은 사랑과 기대를 받는 정치인으로서 무한한 책임감과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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