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 의원 가이드 폭행 사건 CCTV 공개…동료들은 뭐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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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경북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해외연수 가이드 폭행 당시 CCTV영상. 이형식 예천군의회 의장(가운데 주황색 옷)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MBC뉴스 영상 캡처]

박종철 경북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해외연수 당시 가이드를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다. 8일 MBC는 지난달 23일 캐나다 현지 관광버스 CCTV에 찍힌 영상을 공개하며 박 부의장의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박 의원은 가이드를 주먹으로 때린 적 없으며, 손톱으로 긁은 것 같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날 MBC가 공개한 CCTV 영상을 보면 당시 박 부의장은 관광버스 뒷자리에 누워있었다가 갑자기 일어나 버스 앞쪽으로 다가갔다. 이후 앞좌석에 앉아있던 가이드의 얼굴을 오른손 주먹으로 때렸다. 갑작스러운 가격에 놀란 가이드가 얼굴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박 부의장은 또다시 가이드를 쳤다. 옆에서 운전기사가 말렸지만, 박 부의장은 가이드의 팔을 비틀며 폭행을 이어갔다. 옆에는 이형식 예천군의회 의장 등이 앉아있었다. 이 의장은 상황을 지켜만 보다가 뒤늦게 일어나 박 부의장을 제지했지만, 박 부의장은 이 의장 마저 뒤로 밀쳤다.

가이드는 얼굴에 피를 흘린 채 911에 신고했다. 이날 MBC가 공개한 당시 캐나다 911 신고 전화 내용에 따르면 가이드는 ‘안전한 상황이냐’는 질문에 “아닌 것 같다. 저를 잡고 있어서 못 움직이겠다. 전화를 끊게 하려고 한다. 앞을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가이드는 얼굴에서 안경 파편을 제거하는 등 전치 3주의 진단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철 경북 예천군의회 부의장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가이드가 공개한 사진. [MBC 뉴스 화면캡처]

박 부의장의 폭행은 가이드의 폭로로 알려졌다. 예천군의회에 따르면 군의원 9명과 직원 5명 등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29일까지 7박 10일 간 미국과 캐나다 연수를 다녀왔다. 군의원들은 미국 볼티모어 시청·시의회와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 캐나다 오타와 시청·시의회, 몬트리올 시청·시의회를 방문했다. 군 행정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하기 위한 연수였다.

폭행 사건은 연수 나흘째인 12월 23일 관광버스에서 일어났다. 가이드에 따르면 당시 캐나다 토론토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다른 장소로 가기 전 박 부의장은 술에 취한 채 가이드를 주먹으로 때려 다치게 했다. 박 부의장은 경찰 조사를 받았고, 예천군 의원의 중재로 약 5000달러를 받고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관련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연수 도중 권도식 군의원이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안내를 요구한 것까지 알려져 논란이 확산했다.

논란이 일자 박 부의장은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으며 가이드를 손톱으로 긁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후 4일 박 부의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가이드에게 사죄한다. 당적 관계는 당의 처분에 따르겠다”고 공식 밝힌 직후 한국당 경북도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도 8일 연수비용을 모두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이 미국과 캐나다 연수에 쓴 돈은 1명당 442만원씩 모두 6188만원이다. 연수비 반납 의사는 군의회 사무과 직원들이 먼저 경비 반납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과 일부 직원과 의원은 이날 오후부터 의회 사무과 직원 명의 통장으로 경비를 입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