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있으니 괜찮다"···파업 국민은행 뜨끔한 이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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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총파업이 실시된 8일, 국민은행 서울 노량진지점에 사과문과 고객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수정기자

국민은행 총파업이 실시된 8일, 국민은행 서울 노량진지점에 사과문과 고객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수정기자

 “오늘 은행 안 하나요? 입금은 되는 거죠?”
8일 오전 10시쯤, 국민은행 서울 노량진지점에 들어가려다 입구에 붙은 사과문을 읽어본 한 시민은 은행 문을 열며 이렇게 물었다. 사과문 옆에 붙은 대고객 안내문에는 ‘은행 파업으로 업무 처리 시간이 지연되거나 일부 업무가 제한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실제 노량진지점 창구 5개 중 2개는 부재중이었지만 지점 안은 한산했다. 노량진지점 관계자는 “원래도 직접 오는 손님은 고령층이 아닌 이상 그리 많지 않다”며 “요즘 대부분 고객은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은행을 찾은 직장인 김동현(38)씨는 “카드 갱신 때문에 지점을 찾았는데 파업 소식 때문인지 지난번 방문 때보다 사람이 더 적은 것 같다”며 “점심시간이라 시간이 더 걸릴 줄 알았는데 빨리 처리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노량진지점을 방문했을 때엔 김씨 외에 다른 고객이 1명 있었다.

국민은행 서울 상도동지점에서 8일 오전 시민들이 현금 자동 입출금기 사용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이수정 기자

국민은행 서울 상도동지점에서 8일 오전 시민들이 현금 자동 입출금기 사용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이수정 기자

근처에 위치한 국민은행 상도동지점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은행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무직원 2명이 “어떤 업무 보러 오셨어요”라고 묻고 “은행 파업이라 입출금업무만 도와드릴 수 있다”고 안내했다. 지점장도 직접 나와서 고객들에게 상황을 일일이 설명했다.

"가스요금 내러 30분 걸려 왔는데…"

상도동지점은 기업 업무 담당 창구 5개는 모두 비었고 일반 고객 창구도 5개 중 3개만 운영 중이었다. 창구 직원에게 ”원래 이 창구에서 근무했냐“고 물으니 “원래는 2층에 있는 VIP 창구에서 일했는데 오늘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 창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상도동 지점은 오전 시간 6~7명 정도 은행 안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창구에 기다리는 사람이 늘어나자 시민들은 현금 자동 입출금기로 향했다. 자동 입출금기도 6개 이상 있었지만 금세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생겼다. 입출금 업무 외에 통장 재발행, 공과금 납부를 하러 온 고객들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원성희(61)씨는 “통장이 다 됐다고 해서 시간 내서 재발급받으러 왔는데 내일 다시 오라고 한다”며 “다음에 시간 내서 다시 와야 할 것 같다”고 은행을 나섰다. 가스 요금을 내러 남편과 함께 은행을 찾은 안모(71) 씨도 되돌아가야 했다. 안씨는 “걸어서 30분 거리를 왔는데 안된다니까 어쩔 수 없지”라며 다시 집으로 향했다.

국민은행은 파업으로 영업시간 내 창구 및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국민은행은 파업으로 영업시간 내 창구 및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입출금기 타 은행 송금 수수료 면제되기도

현금 자동 입출금기를 이용하다 뜻밖에 이익을 봤다는 고객도 있었다. 시민 신원균(47)씨는 “다른 은행 송금할 때 수수료가 1000원쯤 나왔던 것 같은데 오늘은 수수료가 없었다”며 거래 명세서를 보여줬다. 신씨는 “파업 때문에 수수료가 면제되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대부분 간단한 은행 업무를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으로 보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평소 국민은행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공무원 준비생 이민주(29)씨는 “오늘 파업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측은 “스마트폰, 인터넷, 자동화기기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전체 거래 건수의 86%에 달해 오늘 파업으로 큰 지장이 생길 거라고 예측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령 이용자나 기업 이용객 중 대면 거래를 원하는 고객들은 불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오전까지도 “비슷한 시기와 비교해 스마트폰·인터넷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다”며 “거래량이 많은 월·금요일이 아니고 월초· 월말, 월급일 즈음도 아니어서 인터넷 거래량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전국 1058개 영업점 중 문을 열지 않은 지점은 없다”며 “일부 지점에서 제한되는 업무는 지역별 거점점포 411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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