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질책 반나절만에…가계동향 응답 거부자 과태료 없던 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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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강신욱. [연합뉴스]

강신욱. [연합뉴스]

가계동향조사 응답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던 통계청이 “단순 불응 가구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없을 것”이라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7일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 조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질책이 나온 지 반나절 만에 나온 조치다.

대통령 “강압적 방식 관료적 사고” #통계청 “부과 않겠다” 긴급 진화

통계청은 최근 가계동향조사 과정에서 조사 대상자의 비협조 사례가 늘고 있어 조사 불응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JTBC 등이 관련 내용을 보도한 이후 정부 입맛에 맞는 통계를 만들려 한다는 ‘코드 통계’에 이어 ‘강압 조사’ 문제로 비화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참모진과의 차담회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조치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고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통계 작성에 나서게 하려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야지 강압적인 방법으로 하는 건 관료적 사고”라며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진 후 강신욱 통계청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가계동향 응답 불응 가구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통계법 41조에는 불응 가구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이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하지 않겠다는 점을 정확히 한다”고 말했다.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개인정보 보호 의식 강화 등으로 가계동향조사 응답률은 감소하는 추세다. 2010년 80.6%에 달했던 응답률은 지난해 72.5%까지 떨어졌다. 통계청은 응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답례품을 기존 5만원에서 6만5000원으로 올리고, 은행 계좌의 입출금과 카드 거래 내역에 대한 조회·입력이 가능한 ‘전자가계부 시스템’을 하반기 중 가계동향조사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장 조사 요원에 대한 폭언이나 폭력 등 행위가 있을 경우에 대해 강 청장은 “조사 요원들을 위해서라도 그런 상황에 대한 조치는 계속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이와 관련, “현장조사 때 어떤 가구에서는 조사원들에게 ‘죽여버리겠다’는 것을 포함해 심한 폭언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게끔 미리 차단할 수 있는 조치를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2년 제정된 통계법은 국가 통계 작성 과정에서 조사 불응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사에 불응한 개인 및 가구에 불응 횟수에 따라 5만~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개인에게 부과한 적이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다. 사업체에 대해서는 2012년 처음 부과됐다.

한편 강 청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연 배경과 관련, ‘청와대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점은 브리핑하러 오면서 알았다”며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스스로) 온 것”이라고 부인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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