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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장은 세계적 현상…1900선 무너질 가능성은 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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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학균

김학균

3일 코스피 지수 2000선이 결국 무너졌다. 이 상황을 일찌감치 예고한 인물이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다. 그는 올해 1분기 안에 2000선 붕괴를 전망했다.   <중앙일보 1월 2일자 B4면>

2000 붕괴 맞힌 김학균 센터장 #저금리 막내리며 자산시장 조정 #증시, 당분간 밋밋하게 갈 것 #장기적으로 베트남 투자 괜찮아 #달러 예금도 이자수익 기대할 만

그가 한 ‘예언’은 예상보다 일찍 맞아떨어졌다. 중앙일보와 긴급 인터뷰에서 김 센터장은 지루한 약세장으로의 진입이라고 진단했다.

두 달여 만에 코스피 지수 2000선이 무너졌다.
“급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 주가지수는 이미 지난해 10월 저점 수준 아래로 내려와 있다. 이후 한국 증시는 지난해 10월 저점보다 위에 있었다. (이번 코스피 지수 2000 붕괴는) 세계 증시의 전반적인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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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뭐라고 보나.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전반이 좋았다. 실물 경기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포함한) 자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 미국이 앞장선 저금리 기조도 여기에 기여했다. 그런데 미국이 긴축 기조로 돌아가면서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 나라별 편차는 있지만 세계 경제 전반이 둔화하는 중이다. 저금리 시대에 올랐던 자산시장이 조정을 받는 과정으로 본다. 미·중 무역 분쟁의 영향도 크다.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 2분기까지 경제가 하강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한국 경제 내부 요인도 있을 텐데.
“일단 정부 정책이 시장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그리고 반도체 산업의 동향이 핵심이다. 한국 증시가 지난해 초까지 좋긴 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별로였다. 반도체 경기 정점 논란이 가열되다가 이제는 ‘꺾인다’ 쪽으로 의견이 모인다. 대내적보다는 대외적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 한국 경제는 굉장히 개방도가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세계적으로 증시가 약세장으로 진입했다. 물론 주가가 더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 1900선까지 무너져 1800대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코스피 1900대에 머문다고 해도 고점과 비교하면 25%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운’ 약세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별로 오른 종목이 없어서다. 한국 증시가 좋았을 때도 다른 주요국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와 관련이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서 투자를 바탕으로 증시가 뻗어가는 힘도 약했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밋밋한 증시를 예상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약세장 흐름에서 미국 증시가 더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쉼 없이 올랐고, 한국 주가는 이미 2007년 수준으로 후퇴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인의 국내 투자 집중은 과도한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분산 투자가 적절하다. 미국보다 신흥국이 낫다고는 하는데 신흥국도 천차만별이다. 베트남 주식시장도 세계적 흐름에 따라 조정을 받겠지만 4~5년의 장기를 바라본다면 나쁘지 않다. 달러 예금도 필수적 투자처가 될 것 같다. 달러화 가치가 출렁일 수는 있겠지만 금리 상승기이기 때문에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투자 자산도 있을 텐데.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 부문이다. 여기서 부동산은 주거용 부동산이 아닌 상업용 부동산을 뜻한다. 주거용 부동산은 별개로 봐야 할 것 같다. 세계 경기 둔화는 상가·오피스 건물 등 상업용 부동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전 2~3년의 통계 수치를 봤을 때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과잉 투자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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