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중순 대기업과 중견기업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이달 중순 대ㆍ중견기업, 지방상공회의소 회장단을 초청한 청와대 타운홀 미팅을 할 예정”이라며 “참석 범위와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웬만한 대기업들은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격의없이 자유롭게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편하고 진솔하게 소통을 하기 위해 타운홀 미팅 형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14개 대기업과 중견기업인 오뚜기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 ‘호프미팅’을 했다. 당시 삼성전자에선 윤부근 부회장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이번 간담회에는 기업 오너의 참석을 바라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초청 대상은 대한상의가 선정하고 있다. 누가 참석할지는 것은 기업의 자유지만 기왕이면 결정권한이 있는 오너가 참석하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너들이 참석하면 혁신과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난주 청와대에서 간담회 참석 범위를 정해달라고 요청받았다”며 “어느 선까지 참석할지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논의는 진전이 됐기 때문에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어젠다를 부각하는 차원”이라며 “앞으로 경제체질 전환과 그에 따른 사회혁신이 본격적으로 중심 화두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벌이 권력이 됐다’고 하면서 시장에서 부정적 시그널로 읽혔던 적이 있었다”며 “문 대통령이 경제계와 접촉을 늘리는 방식은 그때와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사실 기업이 소위 잘 나가던 때였지만 지금은 주력 제조업 등 산업계가 오히려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며 “대내외적 시장 상황이 이제는 대기업조차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가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업도 ‘정부가 관여 말라’고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문 대통령은 2일 신년회에서 “기업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하겠다”, “새로운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는 등의 기업친화적인 메시지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촛불은 더 많이 함께할 때까지 인내하고 성숙한 문화로 세상을 바꿨다. 같은 방법으로 경제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말도 했다. 기존의 경제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이때문에 청와대 미팅에 대한 재계 반응은 조심스럽다. 익명을 요청한 재계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과 소통을 넓히는 등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경제계와의 소통은 기업을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재계 간담회에 앞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연말 삼성ㆍSKㆍ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 부회장급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조찬으로 진행된 간담회는 사의를 표명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주선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와 관련 “김 실장이 기업인을 만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며 “김광두 부의장의 사표는 12월 31일 수리됐지만 이와 무관하게 재계와 청와대가 소통하는데 역할을 계속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대기업 간담회에 앞선 7일 중소ㆍ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간담회를 별도로 진행한다. 김 대변인은 “경제 활력을 찾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정책적 성과를 내기 위한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