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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이해한다더니…김정은 "더는 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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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 텍사스함(텍사스함(SSN 775). 지난해 1월 텍사스함이 부산항에 입항하려다 한국 측의 난색 때문에 일본 사세보항으로 함수를 돌린 적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 텍사스함(텍사스함(SSN 775). 지난해 1월 텍사스함이 부산항에 입항하려다 한국 측의 난색 때문에 일본 사세보항으로 함수를 돌린 적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단을 공개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과 남이 평화 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긴장의 근원으로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 군사연습(연합훈련)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 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여러 번 강조한 만큼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중단을 사실상 회담 개최의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는 지난해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서 했다는 발언과는 결이 다르다. 당시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은 연합훈련이 연례적이고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는 점을 이해했다”며 “우리 측은 ‘연합훈련의 중단이나 재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할 명분도 없다’는 입장을 전하려 했는데 김 위원장은 이미 관련 보고를 받고 우리 측 입장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어쨌든 한ㆍ미 군 당국은 지난해 봄 독수리 훈련과 키리졸브 연습의 기간을 줄였고, 가을에는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과 한ㆍ미 해병대 연합훈련(KEMP), 공군 연합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등을 유예했다. 북ㆍ미 비핵화 협상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였다.

또 지난해 미군 전략자산이 공개적으로 전개된 적이 드물다. 지난해 5월 공군 연합훈련인 맥스 선더에 스텔스 전투기인 F-22 8대가 투입됐고, 지난해 10월 미 해군의 핵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이 국제관함식에 참가하기 위해 제주를 방문한 게 예외였다. 지난해 1월 핵추진 잠수함인 텍사스함(SSN 775)이 부산항에 입항하려다 한국 측의 난색 때문에 일본 사세보항으로 방향을 돌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1년 만에 한·미 연합훈련을 놓고 ‘이해한다’에서 ‘중지하라’고 말을 바꾼 것인가. 아니면 전언이 부정확했던 것일까.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한반도 정세가 안정세로 진입하면 연합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는 정 실장 전언에 힌트가 있다고 설명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9ㆍ19 군사합의를 맺은 뒤 한반도 정세가 안정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연합훈련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최고지도자가 사실상의 지시를 내린 것이니 북한 당국자들은 앞으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열리면 이 문제를 집요하게 걸고 넘어갈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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