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한-일 한-중 동시출판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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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근 국내출판사와 미·중·일 출판사간에 동시 출판이 활발하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이 세계저작권협약 가입이후 해적출판이 어려워지면서 외서번역 간행쪽에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동시출판 대상은 상업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유명 대중소설작가의 작품이 주류. 세계적 관심을 끈 시사물·교양물도 끼어들고 있다.
이런 책들의 국내판권을 확보한 출판사들은 시장성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극적 효과를 노려 동시출판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들은 서울·뉴욕·런던 등 세계 주요도시에서 한꺼번에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수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스티븐·호킹」의 물리학도서 『시간의 역사』(삼성이데아간)와 「시드니·셀던」의 소설 『시간의 모래밭』(김영사간). 두 책은 지난해 뉴욕과 서울 등지에서 동시 간행된 이후 곧 세계의 서점가를 석권하며 아직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동시출판 분야에서 발빠른 기동력을 보이고 있는 국내출판사는 김영사와 시사영어사.
특히 미뉴욕에 모계에이전시를 둔 김영사는 빠른 정보입수와 잇따른 저작권 확보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트럼프』 『재미있는 물리여행』 『시간의 모래밭』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등 지난해부터 김영사출판의 연속 빅 히트가 이를 입증한다.
이중 『시간의…』는 김영사의 판권계약을 모른 채 같은 책을 낸 출판사가 형사고발당했으며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내가 정말 알아야…』는 미국에서 출간되기 전인 지난해 6 월 판권을 사들였다.
김영사는 또 『빵장수 야곱』이라는 에세이집을 미랜덤 하우스 계열의 빌라드 북스와 함께 오는 5월10일 동시출간할 예정이다.
김영사 박은주 편집장은 『세계저작권의 구속을 받기 전에는 베스트셀러의 추세를 보다가 날림번역의 해적출판이 많았는데 요즘엔 판권확보로 느긋하게 번역작업이 가능해 내용이 훨씬 충실해졌다』고 말했다.
시사영어사는 주로 시사물을 중심으로 동시출판을 추진하는 형이다. 시사영어사는 자회사로 저작권 중개업체인 IPS를 두고 정보수집과 계약을 하고 있다.
역시 저작권 중개업체인 신원기획도 최근 미워너 북스와 가상의 한국전쟁을 그린 소설 『붉은 불사조』를 오는 6월2일 동시출판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국내출판은 예본사가 맡고 현재 조판작업중에 있다. 이 소설 역시 미베스트셀러작가 「래리·본드」의 작품이다.
한편 동시출판의 또 다른 형태로는 한·일간 또는 한·중·일간의 문화·학술교류를 통한 공동연구의 성과를 같이 출판하는 경우가 있다.
도서출판 서문당이 이달 말께 펴낼 『한국경제의 분석』과 내년 북경아시안게임의 상징인 팬더곰을 주제로 한 그림동화집 「팬더시리즈」가 이같은 경우다. 「팬더」는 아직 국내출판사가 안 정해진 상태다.
『한국경제의 분석』은 경북대 김영호교수와 일본서남학원대 「오가와·유헤이」교수 등 일본학자, 중국 길림대의 한국계 학자 조봉빈교수 등이 한국경제의 전개과정과 미래·특질을 다각도로 연구한 최초의 한·중·일 공동연구저서다.
일본 「오가와」교수가 길림대에 교환교수로 있던 것을 계기로 그를 교량으로 삼아 한·중·일간에 교류연구가 실현된 결과인 이 책에는 3개국 9명의 학자가 한국경제의 앞날을 진단하고 한국을 축으로 한 극동경제권 형성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는 인문평론사, 중국은 전망출판사가 우리보다 앞서 최근 출간했다.
한편 「팬더시리즈」는 한국인 강우현씨가 그림을 맡고 중국인 당아명이 글을 쓰며 일본인 「후쿠이」씨가 편집을 맡아 내년 5월께 3개국에서 동시 출간될 예정으로 있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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