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용지 두 장에 담긴 ‘김정은 친서’…北 어떻게 전달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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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백두산 천지서 손 잡은 남북정상(왼쪽)과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온 친서.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지난 9월 백두산 천지서 손 잡은 남북정상(왼쪽)과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온 친서.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왔다는 청와대 발표와 관련해 북측이 친서를 전달한 경로에 관심이 쏠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A4용지 2장 분량의 친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다만 김 대변인은 친서 전달 경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구체적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다"라며 "남북 사이에 여러 소통 창구가 있다. 그중 한 창구를 통해 전달이 왔다"고 말했다.

청와대 발표 100분 만에 문 대통령이 SNS를 통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북측은 정식 형태를 갖춘 문서 형식의 친서를 보냈다. 사진으로 볼 때 북측이 직접 친서를 전달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도 기자들에게 "인편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지만, 구체적 방식은 모른다"라며 "(북측인사가) 남측에 왔다 간 것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현재 대표적인 남북 간 소통창구는 개성 남북공동 연락 사무소가 있다. 그러나 공동연락 사무소는 휴일에 당직자만 근무하기 때문에 북측 정상의 친서가 공동연락 사무소를 통해 전달됐을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통일부도 김 대변인의 발표 내용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서훈 국가정보원장에게 직접 친서를 전달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연합뉴스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나 김영철 부장 등이 전달을 했을 것이고 우리도 이에 걸맞게 정의용 안보실장이나 서훈 국정원장 등이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북한은 체제와 존엄을 가장 중시하는데 친서를 전달하는 시점과 방법이 중요하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국정원 핫라인을 통해 친서 전달 의향을 사전 통보한 뒤, 서 원장이 판문점에 가서 직접 수령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내년에도 남북 두 정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가자는 뜻을 전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비롯해 남북 간 현안 논의에 긍정적 신호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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