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넘친다"던 여배우 스캔들 의혹 주연들의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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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여배우 스캔들 의혹 당사자인 김부선씨가 지난 9월 경찰에 출석하면서 자신감의 상징으로 '손키스'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여배우 스캔들 의혹 당사자인 김부선씨가 지난 9월 경찰에 출석하면서 자신감의 상징으로 '손키스'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스모킹 건'은 없었다

‘혐의없음.’
검찰이 지난 1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여배우 스캔들 의혹’ 사건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이 지사는 이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당한바 있다.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방송토론회에서 배우 김부선씨와의 관계를 묻는 김영환 전 의원(당시 바른미래당 지사 후보)의 질문에 이 지사가 부인하자, 김 전 의원 측에서 선거 뒤 이 지사를 고발한 것이다.

김 전 의원은 검찰 처분이 내려진 지 이틀 뒤 법률대리인을 통해 재정신청을 냈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심사를 요청하는 제도다. 법원에서 재정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되면 재판이 열린다. 김 전 의원 측은 검찰이 부실수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 미궁투성이가 됐다”고 검찰의 처분을 비난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이 지사와 김부선씨를 연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는 여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여배우 스캔들' 관련 의혹을 제기해 이재명 경기지사로부터 고발당한 김영환 전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왼쪽)와 배우 김부선씨. [연합뉴스·KBS1]

선거운동 기간 '여배우 스캔들' 관련 의혹을 제기해 이재명 경기지사로부터 고발당한 김영환 전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왼쪽)와 배우 김부선씨. [연합뉴스·KBS1]

"진실 말하겠다"→30분만에 조사거부

스캔들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부선씨는 지난 8월 1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메라를 얼굴에 밀착하고 있는 모습의 중년남성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 위에는 “이 지사가 바닷가 데이트 때 찍어줬다”고 주장하는 사진을 배치했다. 하지만 확인결과 해당 중년남성은 이 지사가 아닌 경남도민일보 김모 전 편집국장이었다. 김부선씨는 같은 달 22일 경찰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 지사 선거캠프에서 허위사실 공표혐의로 고발해서다. 김씨는 이날 포토라인에 서 “진실을 국민과 경찰에게 말하려고 왔다”고 했지만, 30분 만에 조사를 거부한 채 경찰서를 나왔다.

사진을 찍고 있는 이재명 지사로 오인을 불러온 사진. 경남도민일보 김모 전 편집국장이다. [페이스북 캡처]

사진을 찍고 있는 이재명 지사로 오인을 불러온 사진. 경남도민일보 김모 전 편집국장이다. [페이스북 캡처]

김씨는 사흘 뒤 자신의 페이스북 댓글에 “2010년에 맡긴 노트북은 현재 싱가포르에 있대요. 형사가 말했어요”라고 적었다. 이 노트북에 이 지사의 사진이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경찰은 담당 기자들에게 “노트북이 싱가포르에 있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며 “노트북 소재와 관련해 확인 중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린다”고 반박했다. 노트북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김씨의 전화통화 녹취록이 유출됐다. 2분 19초짜리 녹취록에서 김씨는 이 지사의 특정 신체부위에 ‘까만점’이 있다고 통화 상대방에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결국 아주대 병원 의료진 검증결과 점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김부선 같은달 검찰에 출석하면서 “증거 넘쳐,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신체부위 큰 점'논란과 관련 10월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신체검증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신체부위 큰 점'논란과 관련 10월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신체검증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무너지는 기존 말 뿐인 증거들 

김씨는 전부터 2007년말 이 지사와 함께 낙지를 먹었다고 주장했다. 음식값은 이 지사가 자신의 신용카드로 계산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변상회라는 가게의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에서 결재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더욱이 김씨는 조사과정에서 ‘계산을 뭐로 했는지 정확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김씨는 2009년 5월 22일부터 이틀 사이의 시간에 이 지사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고 옥수동에서 밀회를 가졌다고 말해왔지만,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소설가 공지영이 지난 7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해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가 공지영이 지난 7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해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가인 공지영 작가는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트위터에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비판했다. 기소독점주의는 형사 사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권한을 검사만이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검찰이 여배우 스캔들 의혹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매듭지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김씨 편에 서온 공 작가 역시 이렇다 할 스모킹 건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스캔들 의혹 주연들 '해명' 없어

전문가들은 공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최근 한 온라인매체를 통해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난 지금 김부선씨 등은 해명 또는 유감 표명도 없이 침묵을 지키거나 혹은 여전히 의혹제기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증거제시는 없다”고 강조했다. 천은숙 수원대 학술연구 교수는 “공인의 SNS는 빠르게 퍼지는 데다 영향력이 커 게재 내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대중들도 공인의 SNS 속 글의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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