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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1.08인구재앙막자] 우린 연하남 - 연상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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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심승보(30.(右)).김미선(34)씨 부부에게 6개월 된 아들 규원이는 또 다른 행복의 원천이다.

"처음엔 나이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니 '참 취향도 독특하다'고 놀리기도 했어요. 정말 나보다 어린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죠."

아내 김미선(34)씨의 말에 무뚝뚝해 보이던 심승보(30.국제공인재무설계사)씨의 얼굴에 미소가 스친다. 김씨의 품에 잠들어 있던 규원이도 엄마 목소리에 잠이 깬 듯 엄마를 향해 방긋댄다. 이들의 6개월 된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임신 후 입덧 때문에 일을 그만둔 김씨는 사실 현재 AIG생명보험사의 팀장인 심씨의 직장 선배. 입사 시기는 겨우 두 달 차이지만 심씨에겐 군 제대 후 첫 직장이었고, 김씨는 출판사 웹기획팀에서 일하다가 옮겨왔다. 동료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던 이들은 언제부터인가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이 됐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 아들로부터 먼저 이야기를 들은 심씨의 어머니가 "아버지에겐 아직 말씀드리지 마라. 나부터 (김씨를)보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하셨던 게 작은 고비였다. 심씨는 "드라마나 주변에서 최근 우리 같은 커플 얘기를 많이 접하셔서 그런지 별로 놀라진 않으셨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들도 말로만 '충격'이라고 했을 뿐 이들을 자연스럽게 축복해줬다.

이들은 아직 자신들이 갖고 있는 나이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듯하다. 김씨는 "전 한식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스파게티.피자 등을 먹자고 할 때나 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는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따지고 보면 식성이나 일반적인 남녀 차이인데 아무래도 나 자신이 나이 차를 의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심씨가 초등학교 자녀까지 둔 김씨의 친구들이나 40대 안팎의 그 남편들과도 더 적극적으로 어울려 줬으면 하는 게 김씨의 바람이다. 심씨는 "역시 결혼은 두 남녀 만의 결합이 아니라는 걸 요즘 실감한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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