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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닮아가는 민주당과 한국당? 여야의 공방 발언 분석해 보니…

중앙일보

입력

#1. “청와대가 맹세코 없다던 실체가 보고서로 드러났다. 국회 운영위를 소집해 진위를 파악하고 여당도 진상조사에 협조할 것을 요청한다.”(2014년 11월28일,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2. “청와대의 해명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진실은 가려지지 않는 거다. 여당은 정권의 잘못된 점을 감추려하지 말고, 운영위 소집에 즉각 응해야 한다.”(2018년 12월20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박덕흠 의원(왼쪽), 정용기 정책위의장와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박덕흠 의원(왼쪽), 정용기 정책위의장와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첫번째 발언은 2014년 말 ‘박관천 사건’이 터진 직후 야당이었던 새정치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에서 낸 논평이다.

두번째는 올해 말 이슈로 떠오른 ‘김태우 사건’에 대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청와대 해명에 대한 의심,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요구 등 4년전 새정치연합이 낸 발언과 비슷하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발언자와 발언 시기만 지우면 어느 정당에서 하는 말인지 모를 정도”라고 평했다.

4년 간격을 두고 벌어진 두 사건은 공통점이 많아 여야의 닮은 꼴 대응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다음은 2014년말 새정치민주연합이 낸 논평.

“보고서가 청와대 문건임을 인정하면서도 내용은 근거없는 찌라시라고 강변했다.”(11월28일)
“문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엄중한 사안이다.”(11월29일)
“문건 파동 이후 정치검찰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12월28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오전 개성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출발 전 서울역 귀빈실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단]

조명균 통일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오전 개성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출발 전 서울역 귀빈실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단]

최근 자유한국당의 논평과 비교해 보면 싱크로율이 높다. 내부자(박관천ㆍ김태우) 폭로에 대한 가치 평가, 검찰 수사를 보는 시각 등이 특히 그렇다.

“청와대는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보고를 ‘불순물’이라고 치부하며 은폐를 시도하고 있다.”(12월18일)
“청와대의 주장이 일부 사실이더라도 각종 의혹의 범위와 크기가 너무 엄청나다.”(12월17일)
“최근 청와대 관련 검찰의 수사에도 실망을 금할 수 없다.”(12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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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당이 집권 여당(새누리당 시절)이었던 2014년 당시 논평을 찾아보면, 지금의 민주당과 판박이다.

“진실은 공정한 수사에 의해 밝혀지는 것이지 야당의 주장에 의해 밝혀지는 것이 아니다.”(12월12일)
“의혹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가면 사실로 된다. 야당은 유령공세 멈추라.”(12월14일)
“갑자기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사람을 바꾸라며, 구태공세를 벌이기 시작했다.”(12월16일)

현재 민주당은 “야당은 거짓 공세를 멈추고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 ‘박관천 사건’ 때는 새정치연합이 청와대 인적 개편을 주장하고 새누리당이 이를 방어했지만, ‘김태우 사건’에선 반대로 한국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경질을 주장하고 민주당이 이를 막고 있다.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중앙포토]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중앙포토]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여야의 지겨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타령”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관천 사건’은 검찰 수사 이후 새정치연합은 “이제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의 반대로 특검 도입에 실패했다. 4년이 지난 현재 자유한국당에선 “검찰 수사가 미흡할 경우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부정적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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