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유골 발견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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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개구리소년 5명이 26일로 유골로 돌아온 지 1년, 실종된 지 12년 6개월이 됐지만 범인 등 죽음을 둘러싼 숱한 의문점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범인이 잡혀야 비명에 간 아이들의 원혼을 달랠 수 있다며 장례를 미룬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골발견 뒤에도 범인이 검거되지 않자 유족 4명은 24일 오후 상경, 25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한다.

대통령을 만나 부모의 한맺힌 심정을 토로하고 전면적인 재수사가 이뤄지도록 대통령이 나서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김영규(당시11세)군의 아버지 김현도(57)씨는 "아이들의 원혼을 풀어줘야 아버지 자격이 있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에게 유족들의 억울함과 전면 재수사를 호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대통령과의 면담에 성과가 없으면 경찰청장을 상대로 초동수사 부실 등을 이유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1년 전 와룡산에서 유골이 발견될 당시 현장을 훼손하고 '저체온사'로 단정하는 등 수사미비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한 때 합동장례를 검토했던 유족들은 범인 미검거로 소년들의 한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며 장례를 미루고 있다. 소년들의 유골과 유품은 경북대 법의학 교실에 보관돼 있다. 유가족 일부는 생계 조차 꾸리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

김종식(당시9세)군의 아버지 김철규씨는 아들을 찾아 전국을 떠돌아 다니다 병을 얻어 유골이 발견되기 11개월 전인 2001년 10월 49세의 나이로 숨졌다. 박찬인(10)군의 아버지 박건서(47)씨는 찬인군의 동생마저 불치병에 걸려 슬픔이 더 커졌다.

각계에서 보내준 성금 5천여만원중 소년들의 모교인 성서초등교에 장학금으로 내놓은 2천만원을 제외한 3천만원에서 생기는 이자로는 이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유골발견 이후 연인원 2만여명을 동원해 광범위한 수사를 벌이고 신고.제보 2백여건을 확인했지만 범행도구 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사건해결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현상금 1천만을 걸었지만 소득이 없었고 현재는 제보마저 끊긴 상태다.

경찰은 결국 지난 4월 수사본부 인원을 1백여명에서 달서경찰서 형사 6반 10여명으로 줄여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사건이 너무 오래 경과돼 해결이 쉽지 않지만 2년 반 남은 공소시효(15년)까지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개구리소년들은 지난 91년 3월 26일 도룡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간 뒤 실종됐고 11년 6개월만인 지난해 9월 26일 대구 와룡산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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