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과 보건을 작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안전한 작업환경과 적합한 안전관리 규정을 설정하고…’
지난 11일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24)씨의 소속회사 한국발전기술㈜ 대표가 임직원과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한국발전기술 대표 "직원 안전보건, 기업활동 최우선" #경영에도 '안전경영' 강조… 현장에선 3일 교육후 투입 #김씨 동료들 "안전교육 구호제창 정도가 대부분" 진술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대표는 회사 홈페이지 ‘CEO 메시지’를 통해 안전과 보건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한 작업환경은 물론 적합한 안전관리 규정도 설정하고 사업장 내에서 직원들이 철저한 안전기준과 절차를 준수하면서 작업을 수행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씨 사망사고 이후 경찰 수사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CEO 메시지’와 현장이 근로조건이 정반대인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부처와 자신들의 거래처, 국민이 보는 홈페이지에는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모범적인 회사’로 포장한 것이다.
숨진 김씨는 불과 3일간이 교육을 받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2인 1조 근무’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 근무에 나섰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유도 회사가 법과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국발전기술 경영방침 중 하나인 ‘안전경영’에도 “안전보건이 기업의 모든 활동에 최우선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역시 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이 회사는 안전경영 방침을 통해 ‘한국발전기술은 기업 경영 활동 전반에 있어서 전 직원의 안전보건은 모든 활동에 최우선한다. 이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는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안전보건 경영방침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보건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수립·이행한다 ^모든 직원에게 안전보건 목표를 이해시키고 안전보건에 대한 교육훈련을 실시한다 등의 세부사항도 공개했다.
김씨의 동료인 컨베이어 운전원 4명은 경찰에서 “안전교육은 회의시간에 잠시 이뤄지고 이후 구호 제창 정도가 대부분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고용된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이 2016년만 해도 교육 2주를 포함해 3개월간 업무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교육 기간이 한 달로 줄었고 숨진 김씨는 단 3일만 교육을 받고 현장 업무에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근 3년간 한국발전기술이 인건비 문제로 현장 운전원을 3명이나 줄이면서 교육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발전기술 측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교육 시간을 준수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발전기술이 직무교육 기간을 줄인 이유와 형식적인 안전교육 실태를 조사한 뒤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관련자를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1년 2월 한국남동발전㈜ 자회사로 설립된 한국발전기술은 발전설비 운전과 정비 등의 사업을 운영 중이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