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임종헌 측 "공소장 하나로 여론 심판…준범죄자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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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중심에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뉴스1]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중심에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뉴스1]

'사법농단' 핵심 인물인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사법농단 관련 문건 작성 지시와 관련해  "여론 법정에서 심판을 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일반적 직무 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는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일 수는 있어도 직권남용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총 244쪽에 달하는 사법사상 최장의 공소장을 읽으면 이게 지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일탈·남용을 회고하는 백서를 보는 것 같았다"며 "그동안 언론을 통해 상세히 보도된 내용이 공소장에 집약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공소장을 읽으면 그 자체로서 유죄로 보일 정도로 검찰의 상세한 의견과 부정적 평가가 다 들어있다"면서 "이 공소장이야말로 검찰 수사 과정상의 문제점이 집약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검찰의) 피의사실공표행위로 인해 임 전 차장이 여론 법정에서 심판을 받는다. 이 공소장 하나로 이미 준범죄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영화 '변호인'의 대사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은 아직 시작도 안 됐는데, 피고인을 이미 죄인으로 취급하는 그 어떤 관행도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대사가 있다"며 "이 공소장은 출발부터 불공정하게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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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검찰은 "변호인은 검찰이 판단한 의견이 공소사실에 나타나면 무조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라고 말한다"며 "발생한 것을 증거로 판단하고 법률 적용을 기술한 것으로 준사법기관의 법률적 판단에 따른 결과물이다. 이를 두고 무조건 예단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소사실의 의미나 필요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잘못된 주장이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수년간 진행된 사건으로 충분히 설명하기 위해 구체적 사정을 적시할 필요가 있었고, 이는 심판 대상이 명확해져 임 전 차장의 방어권 행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다음 달 초께 임 전 차장에 대해 추가 기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전 차장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9일 오후에 열린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19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정부 사이의 재판 거래 의혹 과정을 총정리한 디지털 콘텐트(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335)를 공개했다. 2013년 12월 삼청동 비밀회동부터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동료 판사 탄핵 결의문 발표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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