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육정책 선패로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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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이 교육문제와「독서무용론」으로 심각한 열변을 앓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덩샤오핑」(등소평)은 최근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한 최근 10년 동안 저지른 최대의 실책은 교육정책이며 이는 물가상승보다도 더 심각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중국에서 교육문제를 총괄하고 있는「리티에잉」(이철영) 국가교육위 주임도 등의 말이 정확한 것임을 확인하고 현재 중국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털어놓았다.
「리펑」(이붕)수상 역시 전인대(국회) 대표들과 가진 한 좌담회에서『교육정책의 실패는 학교교문 뿐 아니라 정신문명교육, 특히 젊은 세대의 사상을 장기간에 걸쳐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보충 설명했다. 중국 지도층들이 잇달아 교육문제를 강조하는 것은 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말한다.
중국 국가교육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10억 여명의 대륙인구 중 2억2천만 명이 글을 모르는 문맹이며 전 인구의 평균 교육연한이 겨우 5년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중국의 총 학생 수는 모두 약2억 명으로 3분의1이 국민학교 교육수준을, 다시 이의 3분의1만이 중학교육을, 그리고 고등학교 이상의 진학률은 이의 3O%가 되지 못한다. 특히 14세부터 4O세까지의 연령층 중 문맹자가 7천2백만 명에 이르고 있다.
국민교육 수준이 낮기 때문에 『민족의 소질이 높지 못하고 중국의 현대화건설 및 개혁에 중요한 제약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의 교육이 이처럼 낙후된 것은, 교육예산 (경비)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관계 전문가들은 교육예산 못지 않게「독서무용론」「지식무가논」등의 풍조가 만연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국민학생, 중·고등학생들이「향전간」이라 표현되는 황금만능주의 풍조에 휘말려 학업을 중단하고 직접 돈벌이에 나서는 것은 물론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조차 연구를 포기하고 장사에 나서는 현상이 적지 않은 것이다.
특히 지식인들의 대우에 대한 불만은 대단한 것이다.
『수술 칼을 든 사람이 고기 쓰는 칼을 사람보다 못하고 원자탄을 쏘아 올리는 사람이 삶은 달걀(중국어로는 원자탄과 달걀의 끝 발음이 같다)을 파는 사람보다 못하다』는 비아냥거리는 말이 지식인들 사이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의사가 푸줏간 주인보다 못하고 과학자가 포장마차 주인보다 못하다는 푸념의 말이다.
대학 정교수의 월급이 2백원(약4만원) 수준인데 비해 택시운전사는 그 2배를 벌고 있다.
중국국무원의 한 논문에 따르면 87년 현재 과학연구, 공학기술 등에 종사하는 지식인들의 월급을 표본 조사한 결과 이들 지식인들의 평균수입이 육체 노동자들보다 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를 연령별로 보면 25∼35세까지는 지식인들이 2%가 낮고,36∼45세까지는 지식인들이 무려 11%나 낮다. 46∼55세에 가서야 지식인들이 22%가 높은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과거 중국이 지식인을 중시치 않고 특히 지식인들을 이념적 편향을 뜻하는 「좌」적 착오로 모는 등 계급투쟁이 확대됨으로써 지식인의 생활수준이 점차 낮아진데 기인한다.
중국정부가 뒤늦게 교육 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올해 교육예산을 15·4% 인상하는 동시에 교육체제개혁 및「교사법」등 관계법률 제정을 서두르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독서무용론」의 풍조가 사라지도록 하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겠다.【홍콩=박병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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