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김경수 다시 만난 드루킹, "허락 없이 댓글 조작 가능하겠냐"

중앙일보

입력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왼쪽)와 '드루킹' 김동원씨가 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왼쪽)와 '드루킹' 김동원씨가 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드루킹’ 김동원(49)씨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120일 만에 다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드루킹은 댓글 조작에 사용한 매크로(동일작업반복프로그램)인 ‘킹크랩’ 개발이 김 지사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드루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판사 성창호)의 심리로 7일 열린 김 지사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 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8월 9일 드루킹 특검 수사 중 두 사람의 대질 조사가 이뤄진 이후 처음이다. 이번엔 조사실이 아닌 법정에서 마주하게 됐다.

오전 10시부터 휴정 전까지 공판이 진행되는 2시간 동안 김 지사는 드루킹이 앉아있는 증인석 쪽으로 거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드루킹이 특검팀의 증인신문에 답하는 동안 김 지사는 정면을 바라보거나 옆에 앉은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드루킹은 정면에 있는 재판석을 보며 대부분의 답변을 이어나갔고 김 지사와 관련한 질문이 나올 때면 김 지사가 앉아있는 피고인석을 몇 번씩 쳐다봤다.

드루킹은 특검 측의 증인신문에서 "김 지사가 2016년 9월 처음으로 파주에 있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매크로에 관심을 보이고 시제품 개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그 이후로 ‘둘리’ 우 모씨에게 개발을 준비시켜 11월 9일 김 지사 앞에서 시연회를 했다“고 말했다.

"2주에 1번씩 김 지사에게 온라인 동향 보고" 

또 드루킹은 공판에서 “2016년 9월에 경공모 사무실에서 김 지사를 만나 201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댓글 기계를 사용했다는 얘기를 했더니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2016년 11월에 김 지사 앞에서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한 게 맞냐'는 질문에 드루킹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약 2주에 1번씩 보안메신저인 시그널을 통해서 김 지사에게 킹크랩 등과 관련한 ‘온라인 동향 보고’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당시 파주 사무실에서 이뤄진 시연회가 비밀리에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를 포함한 몇몇 참석자들과 스크린에 자료를 띄워놓고 이야기를 하다가 극비라고 표시한 킹크랩 관련 부분이 나오자 김 지사와 킹크랩 개발자인 우씨를 제외한 다른 참석자들을 나가게 했다는 것이다. 그는 “우씨가 자동으로 댓글 추천을 누르게끔 킹크랩을 작동시킨 휴대전화를 김 지사 앞에 놓고 같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허락 구하자 김 지시가 고개 끄덕" 

드루킹은 “이런 큰일을 하면서 정치인의 허락 없이 어떻게 하겠느냐”며 “당연히 허락을 받기 위해 시연을 했고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시연회 장소에 함께 있었다고 주장한 우씨는 지난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 지사 앞에서 킹크랩을 돌렸고 당시 드루킹이 킹크랩 개발 진행에 대해 허락을 구하자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봤다”고 했다.

김 지사 측은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맞지만 시연회는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공판에서도 김 지사 측은 “킹크랩 개발 및 시연에 대한 진술이 번복되고 있고, 드루킹 일당이 말을 맞춘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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