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횡령”vs“계약서 오해”… KAIST 총장 의혹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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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4일 오후 대전 KAIST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가 연구비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김성태]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4일 오후 대전 KAIST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가 연구비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김성태]

“이제 와서 상상할 수 없는 각종 의혹이 전개되는 상황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신성철, DGIST 재직 때 사건 논란 #“해외기관에 연구비 이중지급” #과기부,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 #KAIST 이사회에 직무정지 요청 #신 총장 “계약에 장비무상제공 없어 #독점사용 위해 별도 비용 낸 것” #박근혜 동창 … 친박 논란 휘말려

신성철 KAIST 총장은 4일 오후 대전 KAIST 캠퍼스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둘러싼 국가 연구비 횡령 등의 논란에 대해 공식 해명했다. 지난달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 총장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4일 KAIST 이사회에 신 총장의 직무 정지까지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총장 직무 정지 건이 오는 14일 열리는 이사회 논의 안건에 포함되면 KAIST 개교 이래 최초 사례가 된다.

문제의 시발점은 신 총장이 초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으로 재직 때 진행한 해외 연구소와의 공동 연구 협약 과정에서 불거졌다. 2012년 2월 DGIST는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와 기관장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BNL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XM-1센터의 첨단 연구장비를, DGIST는 연구비를 서로 제공한다는 게 골자였다.

그런데 6년이 지난 올해 DGIST 감사에서 장비 사용료를 비롯한 일부 연구비가 이중으로 지급됐다는 정황이 나왔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총 200만 달러(한화 22억 1060억원)를 중복으로 LBNL에 보냈다는 것이다.

박노재 과기정통부 감사담당관은 “계약서에 따르면, DGIST는 무상으로 LBNL 연구 장비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도 지자체와 연구재단으로부터 수령한 연구비를 LBNL에 이중 송금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신 총장이 LBNL의 연구원으로 있던 자신의 제자 임 모 박사를 정당한 절차 없이 편법 채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신 총장은 정부의 이런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2016년에 DGIST는 고강도 감사를 받았는데 왜 지금에서야 의혹이 불거졌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MOU와 각종 연구과제 제안서 등에는 LBNL이 연구 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 자체가 없다”며 “국내 연구진의 요청에 따라 연구 장비를 최대 50%까지 독점 사용하기 위해 별도로 비용을 부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를 위해 지급된 금액은 DGIST 자체 재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임 박사의 편법 채용 의혹과 관련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양 기관의 공동연구과 본격화하면서 두 기관의 교량 역할을 하는 담당자가 필요해 자연스럽게 임 박사가 거론됐다”고 설명했다. 연구 실적을 인정받아 LBNL의 정규직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임 박사가 양 기관의 협력 연구 과정에서 공로가 컸던 만큼 채용 이유가 충분하며 적법한 행정 절차까지 거쳤다는 것이다.

이런 해명에 따라 정부가 충분한 소명 기회도 부여하지 않은 채 검찰 고발부터 한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병태 KAIST IT경영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본인이 돈을 수령하지도 않았는데 배임·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유영민 장관도 자기 손을 떠난 일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청와대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해석되기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겸임 교수라는 게 시간 강사를 의미하는데, 그 임명은 총장 재량에 부합한다”며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인데 임 박사가 돈을 받고도 연구하지 않았다고 고발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혐의가 분명하면 KAIST 이사회를 통해 충분히 해임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이병태 교수의 설명이다.

신 총장은 “이사회가 해임을 결정한다면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하겠다”고 사의를 표하지는 않았다. KAIST 이사회 오는 14일 이 안건을 상정할지를 논의 중이다.

신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친박 인사’ 논란 속에 지난해 2월 제16대 KAIST 총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정부로부터 지속해서사임 압력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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