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성 아주 선호" 이해찬 발언에… 야당 일제히 맹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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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현동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한국 남자들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선호한다”는 발언에 야 4당이 일제히 ‘여성 비하 발언’이라며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제의 발언은 이 대표가 3일 찐 딘 중 베트남 경제부총리와 국회에서 만났을 때 나왔다. 두 사람은 양국의 교류협력을 논의하면서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

▶찐 딘 중 부총리=“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남자와 결혼했고 가정을 꾸리고 있다. 베트남과 다른 나라의 관계에서 보면 한국과 관계는 아주 특별한 관계라 볼 수 있다.”
▶이해찬 대표=“한국사람들은 베트남의 쌀국수를 아주 좋아한다. 저도 여의도에 쌀국수집이 있는데 거기 가려면 줄서야 한다. 한국 사람 중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아주 많이 하는데 다른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다.”

이같은 발언이 알려진 후 4일 자유한국당ㆍ바른미래당 뿐 아니라 민주평화당ㆍ정의당 등도 일제히 논평을 내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한국당 송희경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여성비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이 달라진 게 전혀 없다”며 “이 대표의 발언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모욕과 비하를 넘어 여성에 대해 몰이해와 차별의 정서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쯤되면 집권여당의 ‘여성비하’, ‘성희롱’ 발언은 실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여성이 ‘상품’이자 ‘기호’의 대상이라 생각하는 집권여당 대표라는 분의 시대착오적인 저질 발언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이 대표의 정신 나간 망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평화당 김정현 대변인도 “이 대표의 발언은 다문화 시대에 대한 몰이해를 여지없이 보여준 것으로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도 “이 대표가 지금과 같은 행보를 계속한다면 고집 세고 오만한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자 민주당 현근택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내 “야당의 말꼬리잡기식 비판이 너무 과하다”며 반박에 나섰다. 현 부대변인은 “찡 딩 중 부총리는 어제 접견 자리에서 ‘많은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자와 결혼했고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말했다”며 “이 대표의 발언은 이 발언에 동감한다는 취지에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모질고 거친 표현을 쏟아내는 것은 전후 맥락을 살피지 않은 과도한 비판이자 백해무익한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월17일 기자간담회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제명 처분에 대해 “안 전 지사에 대해서는 재판과 관계없이 불륜행위 자체가 공직자로서는 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제명 처분을 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미투 운동이 촉발한 ‘성폭력’ 논란을 단순히 불륜 행위로 단정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젠더 의식에 발맞추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희ㆍ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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