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실시한 ‘경제인식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4명(43.3%)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52.6%)가 과반이었다.
중앙일보 경제인식 여론조사① #가장 큰 문제로 일자리 꼽아 #최저임금 인상엔 53%가 부정적 #소득주도성장은 51% 긍정 평가 #대통령 지지율 50% 붕괴 47%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결과 21.5%(‘매우 잘하고 있다’ 3.2%, ‘잘한 편이다’ 18.4%)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매우 잘못하고 있다’(21%), ‘잘못하는 편이다’(22.3%)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긍정의 배를 넘었다. 긍정 평가 비율이 가장 많은 연령층(40대)과 직업군(학생)에서도 부정 평가(38.3%ㆍ32%)가 긍정 평가(각각 25.2%ㆍ27.9%)보다 많았다.
이는 최근 성장 및 수출 증가세가 꺾이고, 경기가 침체기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보통이다’라는 응답은 33.5%였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10명 중 3명은 일자리 문제(29.3%)를 꼽았다. 이어 빈부 격차 심화(16.6%), 정치 불안 심화(12%), 인건비 상승(9.4%) 순이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지만 결과는 고용 참사로 나타났고 핵심 국정 목표인 양극화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데, 일반인들도 이를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매우 찬성' 13.1%, '어느 정도 찬성' 37.7%)이 반대 의견('매우 반대' 17.8%, '약간 반대' 22.9%)보다 많았다. 지난 9월 27~28일 ‘중앙일보 창간기획 주요 현안 여론조사’ 때보다 찬성이 줄고(56.1%→50.8%), 반대가 늘었지만(38.5%→40.7%) 과반이 여전히 긍정 평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부정('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20.2%,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32.4%) 평가가 44%의 긍정('매우 바람직하다' 11.6%, '어느 정도 바람직하다' 32.5%) 평가보다 많았다. 노동ㆍ부동산ㆍ재벌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포괄적·추상적인 어젠다는 수긍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많다”라며 “경제 정책에 있어서 속도조절과 방향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평가는 ‘매우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11.1%, ‘잘하고 있는 편’이라는 응답이 36%로 긍정 평가가 47.1%였다. 긍정 평가는 지난 9월 조사(63.6%)에 비해 16.5%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다. 그간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중도층의 이탈(긍정 평가 62.6%→43%)이 두드러졌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생ㆍ일자리ㆍ물가 등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먹고사는 문제가 나빠지고 있는 점이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있다”며 “이념에 경도된 정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보다는,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경제운용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유선 336명, 무선 664명 전화면접조사)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 평균 응답률은 11.7%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