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아닌 조정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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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은보고서 지적>
한은은 올 들어 수출둔화세가 예상보다 심하긴 하지만 투자 및 국내소비활동은 활발한 것으로 보아 노사분규가 특별히 악화되지 않는 한 2·4분기 이후의 산업활동은 상당 폭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l6일 한은은 「최근의 경기동향과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경기동향은 86년 이후 연3년 간의 12%대 성장에 뒤이어 오는 자연적인 조정국면으로 이는 경기 침체라기보다는 안정성장으로의 궤도진입으로 본다고 밝혔다.
따라서 특별한 경기부양책을 쓰기보다는 우리 산업이 장기적으로 추진해야할 산업구조의 고도화 즉 산업체질 강화를 위한 정부의 시책과 기업의 노력이 함께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정책방향으로 한은은 ▲원화절상으로 경쟁력이 약해진 중소기업의 업종전환 및 구조조정지원 ▲노사간의 협조분위기조성 ▲원화절상 및 통상마찰의 적극적 대처 등을 제시했다.
한은은 경기둔화를 지나치게 우려해 통화공급의 확대 등 일시적 처방을 쓰는 것은 경기부양의 효과를 거두기보다는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는 인플레심리를 자극, 안정기조를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 통화긴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은의 주요경제동향에 관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
◇수출 및 생산부진요인=연철·현대중공업 등 대형업체들의 노사분규로 인해 올1∼2월중 생산차질 액은 작년동기의 80억 원에 비해 1백 배 가까이 늘어난 7천 8백억 원에 이르며 이로 인한 수출차질 액도 3억 3천만 달러에 달한다.
또 환차손 방지를 위해 작년 말에 수출을 앞당긴 것도 올 초 수출부진의 한 요인인데 작년 4·4분기 중 조기선적규모는 약6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 같은 조기수출이 없었을 경우 1∼2월중 수출증가율은 l6%에 이르렀을 것이다.
◇현재의 경기동향 및 전망=국내경기는 85년 10월 이후 작년2월까지 2년 5개월 간 상승국면을 지속한 후 작년 3월 이후 하강국면에 진입했다. 이 같은 조정국면은 장기간 호황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인데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87년 이래의 원화절상과 노사분규에 따른 임금인상의 파급효과가 가세,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화절상의 여파는 통상 1년 반정도 후에 나타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작년 2·4분기 이후 신발·섬유·봉제완구 등 경공업분야에서 수출둔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올 들어서는 중화학부문에도 그 영향이 다소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수출둔화에도 불구하고 투자 및 내수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의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조정 국면 속에서도 다소 회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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