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가는 우리동네 박물관 <중> 세계장신구박물관·가회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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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 화동 정독도서관 옆 골목으로 접어들어 왼쪽으로 한 번 꺾어 들었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한 번 틀면 집 한 채가 반짝인다. 한옥이 오밀조밀 들어선 서울 북촌(北村) 길에 개관 2년 만에 '새롭게 뜬 별' 세계장신구박물관이다. 몸치장을 하는 데 쓰는 온갖 것을 모아놓은 이 공간 자체가 도시의 장신구다. 김승회 서울대 교수가 설계한 상자형 건물은 계단 하나, 벽면 여분도 한 치 어긋남이 없다. 작고 여린 소재를 정교하게 다루는 장신구의 정신이 집 자체에 스며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구석구석 눈을 뗄 수 없다. 목걸이 알 하나에 천 개의 꽃이 피고 발찌 네 귀퉁이에서 정교한 얼굴 상이 빛난다. 세계 각국을 떠돌며 장신구를 모아온 이강원 관장은 "조그만 장신구가 품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는 잘 쓰인 장편소설 몇 편보다 더 흥미롭고 경이롭다"고 했다. 아름답고 싶은 인간의 욕망, 생로병사의 매듭을 지으며 기댔던 정신적 위안, 특정 신분을 말해주던 신분증, 비상시에 내다 팔 수 있는 일종의 보험으로서 장신구는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해 왔다. 그 역사와 미감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세계적 장신구박물관이 우리 곁에 있다. 등불의 숲을 거니는 듯한 2층 '근대 장신구의 방', 알록달록 색 구슬의 궁전에 온 듯한 '비즈의 대화방'은 전시품 진열 방법 자체가 보석이다. 일반 5000원, 학생 3000원, 7세 미만 어린이 2000원, 월요일 휴관. www.wjmuseum.com(02-730-1610).

북촌에 뜬 또 하나의 별이 가회박물관(관장 윤열수)이다. 우리 조상이 즐기고 몸에 품었던 민화와 부적이 그득 모여 있다. 오래 살고 싶다는 희망, 나쁜 일을 피하고 싶은 마음, 지혜롭고 행복한 일생을 향한 바람이 그림에 갖가지 상징과 형상으로 담겼다. 금실 좋은 부부의 상징인 '화조도', 부귀와 다산을 빌던 '연화도', 잡귀를 물리치는 '까치 호랑이', 자손 번식과 가정생활의 평화를 기원하는 '유어도' 등 하나하나 뜻을 새기다 보면 재난을 극복하려는 선조의 굳은 뜻이 느껴진다.

전시를 보고 나서 아이와 함께 한옥 박물관 한쪽에 준비돼 있는 체험마당에 들러보자. 부적 찍기, 기와 탁본, 문자도 액자 그리기, 민화 부채 그리기 등을 해볼 수 있다. 일반 3000원, 학생 2000원, 단체(30명 이상) 2000원. 월요일 휴관. www.gahoemuseum.org(02-741-0466).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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