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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훈련 축소 카드 내놓은 미국, 북한에는 양날의 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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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년 3월 29일 독수리 훈련의 하나인 쌍룡훈련에서 한ㆍ미 해병대의 상륙기동장갑차(AAV) 한.미합동 쌍룡훈련 상륙기동장갑차(AAV)들이 해안에 접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년 3월 29일 독수리 훈련의 하나인 쌍룡훈련에서 한ㆍ미 해병대의 상륙기동장갑차(AAV) 한.미합동 쌍룡훈련 상륙기동장갑차(AAV)들이 해안에 접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내년 봄 예정인 독수리 훈련(FE)에 대해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규모를 줄여서 열겠다”고 밝혔다. 독수리 훈련은 키졸브 연습(KR)과 함께 매년 3월께 실시하는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이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내년 주요 연합훈련에 관해 결정을 내렸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결정을 내렸다. 여러 훈련들을 취소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훈련만 재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수리 훈련에 대해서만 (대북)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개편(reorganize)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티스 장관은 구체적인 축소 규모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키리졸브 훈련과 달리 독수리 훈련은 미 본토와 해외 기지에서 육ㆍ해ㆍ공군, 해병대 증원 전력이 한국으로 전개한 뒤 한국군과 야외에서 실제로 기동하는 대규모 훈련이다. 올해 독수리 훈련은 평창 겨울 올림픽을 고려해 시작 시점을 3월에서 4월로 늦췄다. 또 훈련 기간을 두 달에서 한 달로 줄였다. 구체적 훈련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로키(low-key) 전략도 병행했다.

김진형 전 합참 전략부장은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뜻은 증원 전력의 수를 줄이면서, 항공모함ㆍ핵잠수함ㆍ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의 한국 전개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독수리 훈련의 하나로 매년 진행하는 쌍룡훈련(해병대 연합 상륙훈련)도 올해 여단급에서 내년 대대급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한ㆍ미가 검토하고 있다.

당초 한ㆍ미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50차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다음 달 1일까지 내년 연합훈련의 일정과 방향을 확정하기로 합의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추진 중인 북한과의 고위급회담 등 북·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연합훈련 카드를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18일 한ㆍ미 공군 전투기들이 미국의 B-1B 폭격기를 호위하고 있다. B-1B는 전략폭격기가 아니지만 북한이 두려워 하는 미군 무기다. 이와 같은 무기들을 내년 독수리 훈련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 공군]

지난해 9월 18일 한ㆍ미 공군 전투기들이 미국의 B-1B 폭격기를 호위하고 있다. B-1B는 전략폭격기가 아니지만 북한이 두려워 하는 미군 무기다. 이와 같은 무기들을 내년 독수리 훈련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 공군]

미국의 연합훈련 카드는 대북 유화책일 뿐 아니라 이면엔 대북 압박책도 숨겨져 있어 양날의 칼이라는 분석이다. 지금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연합훈련의 강도를 낮추고, 향후 협상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행동으로 나설 경우 훈련을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유예’ 카드까지 담겨 있다는 점에서 대화 유인 카드다. 동시에 미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북한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독수리훈련을 실시하면서 훈련 수위를 오히려 더 높여 압박 카드로 쓸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소식통은 “군은 늘 모든 상황을 대비해서 계획을 짠다. 내년 독수리 훈련에서도 ‘플랜 B’를 미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의 말처럼 독수리훈련을 축소해 실시하는 계획과, 이와는 달리 평소처럼 실시하는 계획을 동시에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매티스 장관 발언에서 방점은 ‘축소’가 아니라 ‘실시’에 찍어야 한다”며 “그동안 내년 독수리 훈련도 유예된다는 전망이 많았는데 내년엔 일단 실시하겠다는 얘기인 만큼 현재 북한의 비핵화 태도로 볼 때 훈련을 유예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훈련 카드를 던진 대상엔 한국도 사실상 포함된다고 일부 국방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크리스 로건 국방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이날 독수리 훈련 축소와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SMA) 협상이 연관되느냐는 질문에 “현재 추가할 만한 세부사항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ㆍ12 북ㆍ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 국방부는 지난 7월 한ㆍ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UFG)을 유예하면서 1400만달러(약 155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약했다고 밝혔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이 연합훈련 중단이나 축소로 발표할 때마다 국방부와 외교부 당국자들에겐 방위비분담금을 늘리라는 얘기로도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한·미가 독수리훈련의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실제 동원되는 장비와 전력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 관점에선 1개 소대의 전개도 외교에 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이철재ㆍ전수진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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