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오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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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의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과 우려가 교차되는 것은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큰 것을 들자면 대충 세가지 정도를 손꼽는다.
첫째 노사분규, 둘째 통상마찰, 셋째 정치상황이 그것이다.
지난 2년동안 그토록 진통을 겪었으면서도 올해에도 노사문제는 간단치 않을 것 같고 미국과의 통상마찰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확실하며 중간평가를 위한 국민투표 등 정치행사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경제가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경제성장 궤도가 고속에서 저속으로 조정되는 올해의 이 같은 큰 변수에 대해 우리는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 노사분규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그렇지 않아도 우려되는 저 성장의 발목을 더욱 당길 것이고, 대미 통상관계가 원활치 못하면 수출에 제동이 걸리게 되며, 정치를 위해 경제를 무리하게 운용하게 되면 안정 기반이 흔들릴 것이다.
임금협상 등 본격적인 노사간 단체교섭은 시작되었다. 애초부터 노사분규가 급증하고 대형화하여 그 파급영향은 경제의 기초에까지 미칠 것 같은 정황이다.
올해 들어 2월말까지 노사분규발생건수는 1백7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백16건보다 53%나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건당 생산차질액이 7천만원에서 43억7천만원으로, 수출차질액이 2만달러에서 1백83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이같은 수치들은 노사분규의 심각성을 일깨워 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몇몇 대기업들이 몇개월째 노사분규로 공장가동을 중지함으로써 도산하는 하청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올 봄에는 특히 임금협상 중심의 노사분규격화가 우려된다. 예년과는 달리 임금투쟁을 위해 근로자측은 종적·횡적인 연대로 움직이고 있어 예사롭지가 않다.
올해 임금인상률을 노총은 26.8%, 경총은 10.9%를 제시해 놓고있다. 지난해에 노총 29. 3%, 경총 7.5∼8.5%의 인상률이 제시되어 평균13.5%로 타결되었었는데 올해는 어느 선에서 타결될지 예상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우리는 슬기로운 노사분규 극복을 위해 노·사·정 모두가 함께 생각해야될 근본문제 몇 가지를 강조하고싶다.
첫째, 우리 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올해는 경제가 지난 몇년과는 또 다르다는 상황판단이 중요하다. 여러가지 요인으로 성장잠재력이 잠식당하고 있는 마당에 노사분규 악화로 경제를 수렁에 빠지게 해서는 안된다.
둘째,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경험을 교훈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경험한 노사간 극한 대립, 불법 집단시위, 직장폐쇄와 장기파업 등이 얼마나 생산적이었고 노사 모두에게 얼마나 유익했던가, 그 손익계산을 따져보고 똑같은 시행착오는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노사간의 관계정상화가 중요하다. 아직도 노사관계를 노동착취의 대립관계로 보는 일부근로자들의 시각이 남아있으나 이 같은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기업은 기업주만의 것도, 근로자만의 것도 아니라는 공동체적 인식 없이는 노사관계가 원활할 수 없다.
넷째, 임금은 노사 함께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으로 조정해 가는 노력이 긴요하다. 양측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임금」도출은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고 임하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임금수준은 점진적 개선이 바람직하고 생산성·지불능력·경쟁력 등을 감안하여 인상률의 적정 수준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는 대외적으로 과대평가돼 있는게 사실이며 우리를 견제하려는 선진국, 경쟁대상으로 삼고 있는 후발국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우리의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갈등은 자제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어느때보다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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